[특파원코너] 중국의 인플레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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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우징롄(吳敬璉) 교수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경제 정책을 비판, '중국경제의 양심'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가 중국 경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열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중국경제는 이미 과열 단계로 진입했으며, 악성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게 우 교수의 결론.그의 주장은 "최근의 경제과열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일부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가동향을 보면 인플레의 심각성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정체상태를 보였던 농산물 가격은 최근 급등세로 돌아섰다.
식용유의 경우 지난 10월에만 전년대비 무려 28.6%가 올랐다.
면화는 56.3%, 대두는 24.5%씩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침체에 따른 경작 포기가 주 요인이다.
시장에 돈이 마구 풀리고 있다.
부동산 분야 은행대출 급증 및 달러유입에 따른 런민삐(人民幣) 공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 들어 통화공급량(M2기준)은 20.7%에 달했다.
부동산 분야에 풀린 돈은 과잉투자로 이어져 철강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올 하반기 2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아파트 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물가상승이 사회불안으로 쉽게 비화된다는 점을 주시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89년 발발한 톈안먼(天安門)사태다.
88∼89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 안팎.대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고, 불만이 가득한 이들은 거리를 떠돌았다.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가 도화선이 됐던 톈안먼사태 배후에는 이 같은 경제 불안이 있었다.
지금 일부 품목의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지난 수 년 동안 추진한 확대 재정정책으로 돈은 엄청나게 풀려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88~89년 당시에도 농산물 가격 폭등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다.
중국이 지금 '악성 인플레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