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영웅] 김동수 <회장>‥육영수여사 "우리 식기를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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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무! 청와대에 좀 오셔야겠소."
청와대에서 호출이 왔다.
내가 한국도자기 전무시절이던 1973년 3월이었다.
당시 전석영 총무수석비서관의 안내로 방안에 들어가니 육영수 여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위의 이 식기들은 모두 일제랍니다. 청와대에서 외산 제품을 사용하면 되겠습니까? 이 참에 우리 식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해외공관에서 보낸 서독산 식기를 내놓으며 우리 기술로 같은 제품을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육 여사가 보여준 것은 바로 '본 차이나(Bone China)'였던 것이다.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2년 동안 뛰어다녀서 해결 못한 숙제를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해보겠습니다."
청와대를 등지고 나오는 동안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지체할 틈도 없이 곧장 영국으로 날아갔다.
한국도자기는 당시 로열 덜톤의 존슨 맷시와 전사지(轉寫紙, 인쇄 화지)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그 회사에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그들과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아 영어사전을 펴놓고 일일이 찾아가며 대화를 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재밌어 하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작업복 조끼 차림의 중년의 사나이가 일어났다.
"미스터 킴, 아주 훌륭합니다. 내가 바로 스튜어드 라이언이오."
그는 바로 덜톤그룹의 회장이었다.
크레스콘사의 기술제공으로 한국도자기는 1973년 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했다.
3천여 개를 생산한 것 중에서 골라 디너세트와 커피세트 각 세 벌을 만들었다.
그것을 받아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너무나 기뻐했다.
육 여사는 청와대 식기 전체를 봉황 문양을 넣은 한국도자기로 모두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이 때부터 한국도자기는 청와대에 식기를 계속 납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