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사람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다. 강남 주택가 부녀자 납치사건의 용의자인 박모씨(39)가 18일 서울 마포구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박씨의 은신처에서는 주민등록증 1백2장,신용카드 1백63장,휴대전화 40대,흉기 10여점,수갑 2개 등이 발견돼 '범죄 만물상'을 연상케 했다. 박씨는 사건 발생 8개월째에 접어드는 '30대 부부 여대생 납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지난 4월 초 이미 경찰이 수배령을 내렸지만 신출귀몰한 도피행각 때문에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더욱이 수배 도중에도 버젓이 범죄를 저지르는 대범함을 보였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주택가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차로 납치,2시간 동안 손발을 묶고 차 뒷좌석에 태운 채 빼앗은 신용카드로 현금 3백10만원을 인출했다. 박씨가 이처럼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것은 빚 때문이다. 특수강도 등 혐의로 10년간 복역하다 지난 2000년 출소한 박씨는 교도소에서 이발기술을 배워 이발소를 차렸으나 영업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된 데다 정수기 다단계 판매에 잘못 발을 디뎌 부채가 1억여원으로 불어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에다 두 아들을 부양할 생활비조차 없었던 박씨는 범죄 유혹에 빠져들었다. 부인 홍모씨(38)와 함께 도피행각을 벌인 박씨는 가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은 잘 있느냐.경찰에 잡히면 다시는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절대 나에게 돈을 송금하거나 연락하지 마라"며 입단속을 하기도 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