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과 현대그룹 사이의 경영권 분쟁으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종목의 일시적인 주가의 급등락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기업가치의 본질적인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주 동반 폭락 17일 증권거래소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하한가인 4만5천3백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이미 고점(9만9천7백원)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한 상태.1천만주의 국민주 공모추진 소식이 주당가치의 희석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은 M&A(인수·합병) 가치를 제외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적정가치를 4만원 안팎으로 추정했지만 유상증자 추진으로 적정가치는 이보다 한참 밑돌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에 그치지 않고 현대상선·상사·증권 등 계열사 주가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운임 상승 등 펀더멘털 여건의 개선과 이에 따른 3분기 실적호조로 주가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던 현대상선은 이날 6.82% 떨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증시가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KCC 기업가치 훼손 우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금강고려화학의 장기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했다.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한두 단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S&P는 금강고려가 주주와 채권단의 이해에 반해 회사 경영진이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에 몰두해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금강고려 주가는 이날 10% 이상 떨어졌다. 최근 2년 사이에 최저 수준이다. 금강고려가 처음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샀던 8월 중순 32%를 넘었던 금강고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제2의 미도파'분쟁될 수도 지난 97년 미도파의 M&A 분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KCC와 현대그룹간의 충돌이 '둘 다 죽는' 최악의 결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97년 신동방은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자금부족을 겪던 미도파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서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후 대농그룹의 반격으로 성원그룹 등 전경련 회원사들이 미도파 방어에 나서면서 적대적 M&A는 실패했다. 이 후유증은 뒤따라 엄습한 외환위기와 함께 미도파와 신동방 모두 쇠락의 길을 걷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보호 차원뿐만 아니라 두 그룹의 기업가치 보존을 위해서도 소모적인 분쟁은 하루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