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가 18일 75번째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미키마우스는 엔터테인먼트제국 월트 디즈니사의 상징이자 미국 캐릭터산업의 표상이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에서 세계 최초의 '말하는 생쥐'로 태어난 뒤 줄곧 돈을 벌어들였다. 29년 한 제조업자가 미키를 상품에 사용하는 대가로 3백달러를 지불한 뒤 미키의 캐릭터는 곧 돈이 됐다. 미키는 장난감 문구 옷 가방 등 어린이제품 시장 전반을 사로잡았고 이런 열풍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미키의 인기는 저절로 유지된 게 아니다. 초기의 미키는 오리를 꽉 끌어안아 울리고,염소 꼬리를 빙빙 돌리고,돼지의 젖꼭지를 꼬집고,암소의 이를 두들기는 악동이었다. 그러던 게 미국민의 상징적 존재가 되면서 온순하고 착실해지고,외모도 초라한 생쥐에서 큰 머리와 짧은 팔다리를 특징으로 한 귀여운 형태로 변했다. '판다의 엄지'를 쓴 과학 칼럼니스트 스티븐 제이굴드의 분석에 따르면 50년동안 눈은 머리의 27%에서 47%,머리는 신장의 42.7%에서 48.1%로 커졌다. 미키가 장수한 데는 이처럼 수요자의 반응과 요구를 조사,미국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쉼 없는 재창조가 있었다는 얘기다. 캐릭터산업은 현재 세계시장 규모만 1백20조원인데다 매년 10%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21세기 핵심산업이다. 국내 시장도 지난해 5조2천7백70억원으로 전년보다 28%이상 늘었다. 국내엔 83년 '보물섬'에 연재되기 시작,올해 성년이 된 둘리와 바른손에서 개발한 떠버기 개골구리, 플래시애니메이션을 통해 나온 마시마로 뿌까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65%를 미국과 일본 캐릭터에 내주고 있는 상태다. 캐릭터산업이 발전하자면 새로운 캐릭터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키 마우스의 예에서 보듯 기존 캐릭터의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개발자와 에이전시 상품화업체가 힘을 모아 어떤 게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호소력을 가질지 파악, 계속 새 생명을 부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미키마우스나 아톰과 경쟁할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