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LG홈쇼핑 전격 압수수색] 재계 "벌거벗으라는 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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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8일 LG홈쇼핑에 대한 전격 압수 수색에 들어가자 재계는 경악과 충격에 휩싸였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 모두 지난 2월 SK그룹을 들이닥친 검찰의 압수수색과 그 결과를 떠올리며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흔한 표현조차 쑥 들어가버릴 정도로 강한 쇼크를 받은 모습이다.
LG그룹은 이날 "검찰이 LG홈쇼핑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고 검찰의 자료요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홈쇼핑측에 지시했다"며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검찰의 수사 확대 움직임에 청와대나 정치권의 '거중 조정'을 바라왔던 것이 사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선(先) 고해성사-후(後) 사면 검토' 발언과 '경제에 악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던 검찰의 입장 표명에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검찰의 '초강경 카드'에 매우 허탈해 하는 표정이다.
◆ 재계 고강도 압박 신호탄
검찰이 수사착수 이후 처음으로 이날 대기업 계열사를 압수 수색한 것은 제출된 자료와 정보수집을 통해 정황증거를 확보한데 이은 추가물증 확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출국 금지된 기업인 30여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앞두고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을 강력히 압박, 정치권에 제공된 자금의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선 자금 뿐만 아니라 일반 비자금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검찰의 공언에 LG가 '시범 케이스'로 걸려든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LG를 첫 '희생양'으로 삼아 본보기를 보이면 삼성 현대차 롯데 등 다른 기업들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과거 기업 비자금 수사는 외곽에서 서서히 안쪽으로 좁혀가는 수사여서 시간이 많이 걸렸으나 이번 수사는 이미 포착된 단서를 놓고 개별 기업에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불안 커지는 재계
검찰이 대기업 최고경영진에 대한 잇단 출금조치에 이어 압수수색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자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이 재계 2위의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재계를 본격적으로 압박해 들어온 상황이 전개되자 이미 상당수의 경영진이 출국금지 조치된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등도 언제 검찰이 강압적인 손길을 뻗쳐올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측에 임원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낸 삼성의 경우 정상적으로 회계처리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쉽사리 믿지 않으려 한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이번 기회에 재계의 항복을 받으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관련 기업자금 수사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는 틀린 것 같다"고 낙담했다.
◆ 중견 그룹들도 초비상
중견그룹들도 LG홈쇼핑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비상이 걸렸다.
대검 중수부가 SK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5대 기업'에 이어 금호 한화 두산 동양 풍산 삼양사 등도 불법 대선자금 수사대상에 올려 수사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어서다.
특히 금호는 지난 17일 밤 구조조정본부장 격인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자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들 기업관계자들을 상대로 △자금 조성 경위 △전달 경로 △회계 처리 등을 집중 추궁하며 일반 비자금에 대한 수사확대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 수색같은 방법을 통해 자금거래 내역을 통째로 뒤지겠다고 달려든다면 어떤 기업도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자금의 수혜자인 정치권이 먼저 고해성사를 한 뒤 해당 기업들에 대해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사건이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수사를 조기에 끝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훈ㆍ이관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