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사태 악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3달러를 돌파하며 이라크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 금값도 7년여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4백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2월물은 전일 대비 1.55달러(5%) 급등한 배럴당 33.28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미국의 이라크공격 이틀 전인 지난 3월17일(34.29달러) 이후 최고치다. WTI는 이달 들어 15% 상승했다. 런던석유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도 1.42달러 오른 30.47달러에 마감돼 한달여만에 3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의 급등은 이라크사태의 악화로 원유수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미군이 이라크에서 전후 최대 규모의 후세인 잔당 소탕작전을 전개하면서 이런 불안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피맷USA 선임부사장 존 킬더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 발생한 테러로 원유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석유재고가 주간별로 들쭉날쭉하는 데 비해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유가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 들어 하루 90만배럴 감산에 들어간 것도 수급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클로드 만딜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원유재고가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경우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값 12월물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전날 종가보다 3.1달러(0.8%) 상승한 온스당 4백7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1996년 4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골드링크캐피털 자산운용의 리처드 코바크스 회장은 "국제금값이 테러위협 등 지정학적 위기와 달러가치 약세로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