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을 위한 의전,형식에 얽매이는 의전시대는 끝났다.정책 의전으로 가야 한다." 지난 8월 말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6개월에 맞춰 재정비한 비서실 개편에서 지근거리로 전격 기용된 정만호 의전비서관은 임명 당시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3개월,'정책의전'이 자리잡고 있는가. 노 대통령의 일정과 행사 참석,진행방식에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일정이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신 정치 행사를 비롯 '비공식 일정'은 상당부분 줄었다는 평이다. 노 대통령도 최근 들어 "정당과 국회를 장악할 수도 없고,힘도 없다"며 "국회는 입법부로서 고유 권한이 있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이 정한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정책협의를 하고 대화하자는 것이다.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일과시간 후 관저의 시간표,외부행사 등 노 대통령의 모든 일정도 이 원칙에 맞춰 추진된다. 경제와 민생,노동과 사회적 현안,외빈과 국내 인사 접견 등 근래 대통령 행사가 정책 과제와 맞물려있다는 게 의전비서관실의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노 대통령은 고건 총리에게 국무회의 주재를 맡긴 적이 없고,국정과제회의 역시 거의 대부분 직접 챙긴다. 국내에 들어온 해외 거물급 투자자(CEO)들의 청와대 예방도 부쩍 잦아졌다. 대(對) 국회 업무에서도 막후,비공식 접촉은 줄었다는 평가다. 대신 4당 원내총무들과 국정현안에 대한 간담회가 시도되고,4당 정책위의장과는 법률안 처리를 상의하는 조찬모임이 있었다. 휴일 경복궁나들이 때는 노 대통령이 관람객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면서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의전비서관은 전통적으로 직업 외교관이 담당했다. 그러나 전임 서갑원 비서관에 이어 정만호 비서관까지 비외교부 인사들이 맡으면서 격식보다는 실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히 정 비서관은 최측근 비서관인 제1부속실장의 빈자리까지 맡으면서 챙겨야 할 업무량이 많아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