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에 'NDF(차액결제선물환)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역외 NDF시장에서 대거 매수했던 달러 물량(1개월물)이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국내 외환 딜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달 중순 이후 NDF시장에서 매일 5억~10억달러를 보름 동안 꾸준히 사들여 총 매수물량이 1백억달러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DF는 만기에 계약원금을 결제하지 않고 계약시 선물환율과 지정환율 간의 차액만을 달러화로 정산하는 것으로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에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처럼 한은이 NDF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것은 NDF 1개월물 시세(환율)가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의 시초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시장 환율은 대개 NDF 시세보다 3원 정도 낮다. 따라서 NDF 1개월물 가격(환율)을 미리 높여놓음으로써 간접적으로 국내 환율 하락세를 막아보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런 한은의 NDF 매수계약이 최근 들어 줄줄이 만기를 맞고 있다는 것. 이론적으론 한은이 만기에 물량을 모두 정산할 경우 그만큼의 달러 매도 주문이 국내 외환시장에 쏟아져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게 된다. 한은의 NDF 매수주문을 받았던 은행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1개월 전 체결한 선물환율과 지정환율 사이의 차액을 되돌려 줘야 하기 때문.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한은이 환율 급락을 우려해 만기물량중 상당부분을 롤오버(다음 달로 정산을 미루는 것)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만기물량이 워낙 커 일부만 정산하더라도 외환시장에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만기물량이 대부분 롤오버되더라도 다음달에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돼 당분간 NDF 만기물량은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국내 외환딜러들은 한은의 이같은 NDF시장 개입으로 인해 외환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한은이 매일 돌아오는 NDF 만기물량을 무기로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외환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NDF '픽싱 물량'(만기도래분)까지 가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물시장에서의 환율 변동에 따라 한은이 NDF 만기물량 가운데 정산 또는 롤오버할 물량을 수시로 조정, 환율이 나라 안팎의 변수와는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은은 매일 보고되는 자료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픽싱물량과 포지션을 훤히 들여다 보면서 환율흐름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며 "요즘 매매를 하다보면 국내 딜러들은 가두리양식장에 갇힌 생선 신세라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