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생명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에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경제에 충격을 미칠 때는 수사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게 마련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국민들의 가장 보편적인 재태크 수단인 뮤추얼펀드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수사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연방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조기 종결을, 뉴욕주 검찰은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서로 투자자 보호라는 경제 논리를 내세웠지만 수사 범위에 대해선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발단은 퍼트남이라는 대형 뮤추얼펀드 수사에서 비롯됐다. 증권거래위원회는 퍼트남이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로 약속한 만큼 투자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뉴욕주 검찰이 발끈하고 나섰다. 수사가 시작된지 불과 석달밖에 되지 않았고 불공정 관행을 저지른 경영자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수사를 끝내는 것은 진정한 투자자 보호조치가 아니라고 반기를 든 것이다. '월가의 보안관'으로 알려진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제대로 법을 집행하지 않으면 주 정부가 대신 해주겠다"며 증권거래위원회의 조기종결 방침을 비웃었다. 이에 SEC의 윌리엄 도널드슨 위원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을 통해 사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스피처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뮤추얼펀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등 제도개혁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자금 수사범위를 놓고 한국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 발전을 위해 철저한 수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는게 사실이다. 뮤추얼펀드 수사와 대선 자금 수사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검찰권과 경제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비교해봄직한 사안인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