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는 박 회장의 소환을 신호탄으로 총수급 경영자들의 '줄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내다보며 초긴장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구본무 LG 회장이 출국금지되면서 조기 소환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삼성그룹의 사장급 중역도 검찰의 조준 권역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는 기업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주말을 전후로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 '수사 조기 종결론'에 검찰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수사가 장기화 국면에 빠져들 경우 주가 폭락과 금융시장 교란 등의 여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 메가톤급 충격 오나 검찰의 수사 강도는 지난 95년 노태우 비자금사건 때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19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수사 조기 종결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에 오를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경제 현실이나 기업들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하기보다는 차제에 기업들의 잘못된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 대선에 연루된 기업들은 한바탕 '살풀이'를 거쳐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검찰이 출국금지나 소환 대상으로 정해 놓은 인사들은 주요 그룹 총수들의 최측근 인사인 구조조정본부장들이 주류를 이뤄 총수 개인에 대한 압박도 상당히 거세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선 관련 검찰 수사는 나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삼성 주요 계열사나 구조본이 연루됐을 경우 포괄적인 수준에서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8일 LG홈쇼핑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소환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 금호 초비상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날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믿을 수 없다"며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19일 귀가하기는 했지만 재소환이 예정돼 있고 재계 10대 그룹 오너중 박 회장이 검찰의 첫 소환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시범 케이스가 되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 17일 금호 전략경영본부와 금호타이어측으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은 회계자료 등에서 비자금 조성 등 혐의를 뒷받침할 상당한 물증을 확보하고 박 회장에 대한 전격 소환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남수 전략경영본부 사장도 지난 17일 밤부터 이틀에 걸쳐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19일 새벽 귀가했다. 이에 따라 금호 직원들은 이번 수사가 경영진의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는 지금 초상집"이라며 "경위를 파악 중이지만 검찰이 단서없이 그룹 오너를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 다른 기업 관계자도 소환 검찰은 LG홈쇼핑 최영재 대표와 허모 자금담당 상무도 금명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출국금지된 구본무 회장을 소환하기 위한 수순밟기다. 검찰은 지난 18일 대기업이 아닌 서해종합건설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가 지난 대선 때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회사 임직원도 불러 조사했다. 조일훈ㆍ김병일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