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난 2월1일 16일간의 우주 탐사활동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미 텍사스주 상공에서 공중 폭발해 승무원 7명이 모두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86년 1월28일에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기지에서 발사된지 1분만에 폭발하는 사고를 냈다. 두 사고 모두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조그마한 부품 하나가 폭발의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챌린저호 폭발사고는 보조추진 로켓의 고무부품인 'O-링'의 결함 때문으로 드러났다. 컬럼비아호는 이륙 직후 외부 연료탱크에서 떨어져 나간 발포 단열재 조각이 왕복선의 왼쪽 날개에 손상을 입혀 발생한 것으로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부품의 결함은 대형참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제품생산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기술이 중요시되고 있다.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밀기술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나노(1㎚는 10억분의 1m) 단위 등 초정밀수준의 측정ㆍ계량기술도 따라 높아야 한다. 그래야 초정밀 제품을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의 정밀측정기술은 어느정도 수준일까.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분야 선진국인 일본을 1백으로 할 때 품질수준은 86.7%, 정밀정확도는 84.9%, 가공기술은 85.9%, 측정기술은 84.4% 수준이다. 상위등급인 6등급 이상 정밀계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34.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밀제품 생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하위등급 정밀계기를 갖고 있다. 게다가 4조7천억원 규모인 국내 정밀측정기 시장에서 자급률은 34.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중ㆍ하위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밀기술의 향상없이 산업기술 발전을 이룰 수 없는 만큼 기업은 정밀기기 관련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의 정밀기술이 지금의 나노단위 기술시대를 넘어 다가오고 있는 피코단위(1pm는 1조분의 1m) 시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