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고강도 압박수사가 끝없이 이어지자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LG홈쇼핑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이어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 소환 사실이 알려지자 그렇지 않아도 카드사 유동성 문제로 불안한 양상을 보여왔던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데다 기업경영도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경영진 인사 등으로 눈꼬뜰새 없이 바쁜 시기다. 하지만 모든 대기업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검찰수사에 대비하면서 일손을 놓고 있어 경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오죽하면 신임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검찰총장을 방문해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수사를 빨리 종결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까지 했겠는가. 검찰에서도 말로는 이번 수사로 경제에 지나친 주름을 줘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검찰이 수사에 임하면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본부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덩치가 큰 그룹의 총수까지 무더기로,그것도 공개적으로 출국금지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그룹총수나 최고경영자가 출국금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국투자자나 거래처가 발길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했어야 했다. 물론 대선자금과 관련해 잘못이 드러난 기업들이 수사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부딪히자 기업들을 압박하는 식은 곤란하다. 당초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는 최대한 비공개로 하겠다던 검찰이 마치 연속극 상영하듯 기업 수사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권 수사에 필요한 단서제공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따지고 보면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기업인들의 피의사실을 연일 흘리면서 이들을 줄줄이 소환하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보통 지나친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 각국 경제는 동반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유독 우리 경제만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매킨지의 바튼 아태담당 사장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직후였던 98년 초 상황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자금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카드채 문제와 SK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양상을 보였던 금년 초의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다간 세계 경기회복을 우리 경제의 불황탈출 기회로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2의 위기상황으로 빠질 우려마저 있다. 이제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수사에만 모든 것을 맡길 일이 아니라 정치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득실을 떠나 대선자금 내역을 소상히 밝히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도 이에 호응하면서 대선자금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