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길거리에 뒹구는 낙엽.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다가섰다. 이르기는 하지만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풍경을 떠올리며,차라리 추위속의 포근함을 느껴보고 싶다. 이는 아마도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한 해를 보낸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다행스럽다. 하루빨리 전망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업가와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일러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경기회복이라는 것은 기업과 기업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불황일 때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기회복 이후를 효과적으로 대비함으로써 경기회복을 느끼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고객들의 욕구와 경쟁기업들의 행동이 불황기에 어떻게 변하는가를 주시하면서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려울 때 위축되면 회복 이후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은 다양하다.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기업이 비교적 쉽게 유통망을 획득하거나 고객의 선호를 빼앗아갈 수도 있고 고객에 대한 노력을 줄이는 사이에 고객들이 영영 떠나버릴 수도 있다. 불황기에 소비자는 양분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구매력이 저하돼 낮은 품질을 감수하면서라도 가격이 싼 제품을 사고자 하는 단순 가격추구자층이 형성되는 반면,보다 견고하고 품질이 좋아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 합리적인 소비자층도 형성된다. 이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제품을 잘못 샀다가 후회하게 되는 위험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오히려 더 높은 애호도를 갖게 된다. 불황기야말로 이러한 고객들에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황기 시장에서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용기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자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호황기일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오히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 단순히 가격에만 의존하는 전략보다는 품질에 근거한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경쟁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대한 노력을 줄일 때 조그마한 제품의 개선도 고객가치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고객가치는 비단 제품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증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스테이크 소스 회사는 소비자들이 스테이크를 자주 못먹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햄버거를 더 많이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알고 소스를 햄버거에 사용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에 다가갔다. 이처럼 경제 사정이 어려운 고객들은 예전과 같이 비싼 물건은 못사지만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작은 사치를 누리려 한다든지 예전에 생각지 않았던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등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 마음을 읽고 대응하는 것도 고객가치 증대의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불황기는 또한 강력한 브랜드력 혹은 회사 인지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브랜드력이나 회사 인지도는 흔히 광고나 홍보활동을 통해 구축된다. 그런데 광고 홍보의 효과는 상대적인 노출점유율에 의해 결정된다. 노출점유율이란 우리를 포함한 모든 업체들의 총 광고 중에서 우리 회사의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즉,광고를 통한 우리의 목소리가 경쟁자들의 목소리에 비해 얼마나 큰가에 따라 우리의 광고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불황기에는 각종 매체 가격이 내려가거나 경쟁사들이 광고 홍보 지출을 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광고비로 높은 노출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늘려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는 미국과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모두가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용기있게 나아갈 때 결실은 풍성하리라 믿는다. 올해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을 기대해본다. dhki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