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ㆍ"불가항력" ‥ 부산항 크레인 붕괴…책임 '네탓'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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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2일 '태풍 매미'가 부산항의 크레인 11기를 무너뜨려 항만기능을 반신불수로 만든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붕괴원인을 둘러싼 책임공방은 갈수록 뜨겁다.
'부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측 주장과 '설계기준을 초과한 태풍으로 인한 불가항력'이라는 D건설(토목시공사), H중공업(크레인제작사) 및 한국컨테이너공단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있다.
이에 따라 내달 나올 '붕괴원인에 관한 전문가 용역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붕괴원인 조사 =현재 2곳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컨테이너공단은 지난 9월17일 한국해양연구원에 크레인 피해원인 용역을 의뢰했다.
결과는 다음달 16일 나올 예정이다.
크레인 피해원인에 대한 첫 조사결과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한국컨테이너공단으로부터 터미널을 임대해 운영하는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 지난 10월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피해현장 증거보전을 신청함에 따라 법원이 감정인으로 선임한 수원대 용환선 교수도 강구조학회를 중심으로 조사 중이다.
이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전망이다.
증거보전 신청은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선 크레인 피해가 없는데 유독 신감만부두만 붕괴돼 크레인 제작이나 토목시공에 부실의혹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실 시공된 인재다" =사고 직후 현장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크레인을 연결하는 용접고리(타이바)가 크레인을 고정하는 계류시설인 지지대(타이타운)의 기초강판(베이스 플레이트)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사고가 전체의 95%"라고 말했다.
기초강판과 연결된 용접고리가 부실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초속 5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갠트리 크레인이 사고 당일의 바람(초속 42.7m)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크레인 자체의 부실제작 논란도 일고 있다.
컨테이너부두공단이 소유 중인 신감만부두 크레인 5대는 99년 발주 당시 H중공업 등 5개사의 과당경쟁으로 낙찰률 50%를 기록,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제작의혹이 있다는 지적이다.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다" =시공회사인 D건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등은 그러나 사고 당일 구덕산 무인관측소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53.4m, 신감만부두와 가까운 신선대부두도 초속 52m를 기록했다며 강풍을 사고원인으로 꼽고 있다.
크레인 시공상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강풍과 해일로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옆에 있는 다른 크레인을 덮쳐 피해가 컸다고 보고 있다.
국내 관련 법규상 현재 크레인은 초속50m의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돼 있어 태풍 매미처럼 예상치 못한 강풍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주장이다.
사고원인에 따라 희비 교차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인재로 밝혀지면 크레인 장비를 터미널운영사에 임대해 주고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
크레인 제작사인 H중공업과 토목시공사인 D건설도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재해라면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 큰 피해를 본다.
크레인 붕괴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산과 영업손실을 입고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는 보험금 한도는 6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크레인 제작과정이나 토목 시공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부실이 확인되면 크레인 제작사와 토목시공사, 크레인 임대 제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