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폐쇄성 폐질환] 조금만 움직여도 숨 '헐떡'…혹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0년 넘게 하루에 한갑 이상 담배를 피워온 50대 후반의 L씨는 며칠 전부터 감기 증상으로 심해진 호흡곤란과 가래로 병원을 찾았다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란 생소한 이름의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됐다.
더 방치했을 경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COPD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심하면 호흡기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한국의 45세 이상 남성 12%가 L씨와 같은 COP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의학계에서는 COPD를 폐암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보고 있다.
COPD로 사망하는 사람이 폐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면 증상이 심해지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COPD의 증세와 예방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손실된 폐 기능은 회복 안돼=COPD는 호흡곤란 기침 객담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심하면 폐활량이 아주 약해져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바로 앞에 있는 촛불조차 끄기 힘들 정도가 된다.
호흡곤란으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COPD가 무서운 것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다가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급속히 악화되는 데다 한 번 손실된 폐 기능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떨어진 폐기능은 어떤 약물이나 수술로도 회복할 수 없다.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 지면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 고통스런 병이 COPD다.
더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COPD는 유전적 요인과 직업적 유해환경 등의 영향도 있지만 흡연과 심각한 실내외 공기오염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OPD환자 중 치료를 받은 사람은 14.3%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호흡곤란 객담 기침 등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흡연자는 1∼2년마다,비흡연자는 3∼4년에 한번씩 COPD진단을 받는 게 좋다.
COPD 초기에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폐기능 검사만으로도 COPD 초기인 지 여부를 대부분 알아낼 수 있다.
◆폐 기능 악화 요인을 피하는 게 최선=COPD는 완전하게 치료한다는 것보다는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COPD의 주증상인 호흡곤란 예방을 위해서는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원래 폐기능은 25세 이후 매년 여성은 23㎖,남성은 30㎖씩 감소하지만 흡연자는 평균 45㎖,담배에 민감한 사람은 연간 50∼90㎖씩 감소한다.
그러나 45세 이전에 금연하면 폐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매일 5∼15분 정도 3∼4차례 규칙적으로 걸으면 호흡이 곤란한 COPD 환자의 산소 이용능력과 운동능력을 높여준다.
물론 운동이 폐 기능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호흡 근육을 강화시켜 호흡곤란을 완화시킨다.
충분한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COPD 환자는 호흡할 때 정상인보다 최고 열배까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음식물로는 진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 현미 등이 있다.
특히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폐 기능 손상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
도움말=이상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양근 전북대병원 알레르기 및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