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멜버른은 남쪽으로 포트 필립 만을 품고 있다. 포트 필립 만의 왼편은 이탈리아 반도 모양으로 뻗은 모닝턴 반도가 감싸고 있는 데,이 모닝턴 반도는 웨스턴 포트 만을 형성하는 오른편 줄기이기도 하다. 둥그런 생김새의 웨스턴 포트 만은 프렌치섬과 또 하나의 작은 섬이 이중 방파제 처럼 아랫쪽을 틀어 막아 거대한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또 하나의 섬이 필립섬이다. 필립섬은 덩치가 아주 작은 편이다. 한국 강화도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나 관광지로서의 명성,특히 에코투어리즘(생태관광) 쪽에서의 인지도는 호주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높은 곳이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아니면 보기 힘든 펭귄과 바다표범 등을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펭귄은 페어리 펭귄. 까치발을 해도 30cm밖에 안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펭귄이다. 페어리 펭귄은 낮에는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갔다가 어둠이 내리면 이곳 서머랜드 해변의 둥지로 돌아온다고 한다. 페어리 펭귄은 1백여마리씩 무리져 '귀가'한다. 서로가 팀을 이뤄 제법 격식을 차린 '점호'를 하고,인원 파악이 끝나면 삼삼오오 열을 지어 모래밭 너머 덤불숲 둥지로 사라진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재미있는지 두 팔을 벌려 안고 싶을 정도. 그러나 섣부른 행동은 금물.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은 물론 숨소리마저 죽이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오랫동안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유지돼 왔던 자연의 질서가 한순간에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시설 역시 단순하기 그지없다. 펭귄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보행로를 내고 중간중간에 작은 등불을 설치해 놓은 게 전부. 이곳 섬의 주인은 역시 '자연'이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필립섬 생태관광의 또다른 한 축을 이루는 것은 바다표범. 호주 최대의 바다표범 서식지답게 실 록(바다표범 바위)이라 이름 붙여진 바위에 진을 치고 있는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 남획이 심했던 19세기 초에는 이곳의 바다표범이 사라질 뻔했으나,지금은 각종 보호정책에 힘입어 원상을 회복했다. 바다표범을 보는 방법은 두가지. 노비스 해양센터 내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보는 방법이 첫째다. 파노라마 스크린에는 갓 태어난 새끼부터 어른 바다표범까지 수백마리가 어울려 사는 모습이 생중계된다. 해양센터 내에는 테마파크식 가상 체험공간도 마련돼 무분별하게 바다표범을 남획했던 지난날의 모습과 바다표범의 생태를 알 수 있다. 크루즈를 타고 나가는 방법도 좋다. 수많은 바다표범으로 뒤덮인 바위 가까이 다가가 보는 맛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필립섬에는 코알라보호센터도 있어 인형처럼 나무에 매달려 사는 코알라를 보며 호주만의 독특한 자연생태를 즐길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수첩 > 호주 빅토리아주의 주도인 멜버른은 보통 시드니를 경유해 들어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시드니행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시드니까지 비행시간은 9시간30분 정도.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는 1시간10분 걸린다. 싱가포르항공,캐세이패시픽항공을 이용,싱가포르나 홍콩을 거쳐 멜버른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1일 관광코스로는 필립섬외에,호주 최고급 와인산지인 야라밸리와 울창한 숲이 좋은 단네농국립공원,가장 많은 호주의 야생동물이 자연상태에서 서식하는 힐스빌보호구역 등을 꼽을수 있다. 호주에서 제일 유명한 금광지역인 발라라트와 실제 금광이었던 곳에 세워진 박물관 소버린힐도 좀 멀지만 가볼만 하다. 해안경치가 뛰어난 그레이트 오션 로드도 빼놓을수 없다.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02)752-4131 www.visitmelbour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