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카에다 쇼크에 따른 추가 테러 위협이 이어지고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 수사 등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들어 증시에 기웃거리던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약간의 변화기미를 보이고 있다.


고객 예탁금은 10조원대를 웃돌고 있지만 예상 외의 강한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과 채권형 상품으로부터의 자금 이탈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재건축대상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침체국면도 여전히 심하고 인기를 모으던 수도권지역에선 1순위 미달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외펀드 등 대안투자 수단에 대한 인기도 주춤하는 추세다.


기존 재테크 수단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재테크 시장의 이같은 위축현상은 기업들에 대한 비자금 수사의 종결여부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경기나 기업들의 실적과 같은 재테크 시장의 기초여건(fundamentals)은 거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시중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종전에는 단기상품 위주로 자금이 유입돼 시장자금이 단기부동화됐으나 이번에는 거의 모든 금융상품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퇴장(hoarding)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시중자금이 유입되는 상품이 있다면 저축성 예금과 금전신탁 정도다.


특히 저축성 예금의 자금유입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시중금리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거나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활기를 띠는 점도 주목된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1조8천억원에 달해 이 기간중 상환액인 1조4천억원을 웃돌았다.


회사채 순증액이 4천억원에 이른 셈이다.


회사채 발행이 순증했던 것은 올들어 11월이 처음이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회사채를 발행할 만큼 악화됐다기 보다는 시중금리가 더 올라갈 것에 대비한 자금 선(先)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사정에 문제가 없는 대기업일수록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은 다른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한 나라의 적정금리를 알아보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 등을 토대로 볼 때 현 국내금리 수준이 경제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정책금리인 콜금리는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들의 자금 선확보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재테크 시장에서 주시해야할 것은 증시가 지금의 조정국면을 언제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폭이 클 것이라는 비관론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국내증시의 기초여건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비자금 사건과 같은 주변여건만 개선된다면 여전히 상승여력이 많아 보이는 것이 요즘 증시분위기다.


한편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환율방어를 위해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대거 매입했던 달러물량이 대부분 만기가 돌아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만기물량이 약 1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외환당국이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물량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수출과 경기문제를 감안해 외환당국의 환율방어 의지가 여전히 강해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주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1백7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기업들에 대한 비자금 사건이 지속되고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1천2백원선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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