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 '휴식 날개' 달고 옥색바다에 '풍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멕시코의 관광 중심은 오랫동안 서부지역에 있었다.
마싸틀란에서 아카풀코까지, 태평양 연안에 줄지어 선 해변 휴양도시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1960년대 후반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의 새 휴양지 개발 움직임이 일었다.
아카풀코 등지의 오염문제에 더해 멕시코 경제의 미래를 이끌 성장엔진으로서 관광산업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 작용했다.
남동부 멕시코만과 카리브해 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유카탄반도 끝자락의 한적한 어촌마을, 칸쿤이 낙점됐다.
칸쿤은 이후 80년대 중반까지 호화 리조트 건설로 들썩거렸고 단박에 멕시코를 대표하는 세계적 휴양도시 자리를 꿰찼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한다면, 칸쿤만큼 이 말이 들어맞는 곳도 없겠다.
칸쿤은 20만 인구의 시내와 리조트거리, 생태보호지구 등 세 지역으로 나뉜다.
리조트거리는 '7'자 형태로 구부러진 홀쭉한 섬의 해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길이 하나뿐이 23km 정도의 이 해변에는 1백20여개가 넘는 리조트ㆍ호텔들이 들어서 각기 다른 특색을 뽐낸다.
리조트 바로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눈부시게 투명한 카리브의 바다색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고운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듯 희디 흰 해변이 어울려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맨발에 수영복 차림으로 그 모래의 감촉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
바닷바람도 여느 지역과 달리 적당히 건조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군데군데 눈에 띄는 선인장은 먼 이국 여행길의 기분을 돋워준다.
바다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면 올망졸망한 섬들이 기다린다.
여인의 섬이라는 무헤레스섬은 칸쿤이 개발되기 전의 한적했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곳.
해변에 서면 마치 무인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의 명소로도 이름 높다.
바다가 어찌나 투명한지 밑바닥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들의 줄무늬 하나하나까지 보일 정도.
펠리칸 등의 물새들이 많은 콘토이섬에도 요트관광객들이 몰린다.
칸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마야문명의 흔적.
칸쿤에서 서쪽으로 2백km 정도 떨어진 치첸이사가 대표적이다.
치첸이사는 마야 최대의 유적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6~10세기에 이 일대를 장악했던 마야인과 11세기께 톨테크족의 자취가 남아 있다.
치첸이사는 '우물가에 있는 이사의 집'이라는 뜻.
비의 신에게 순결한 처녀를 바치던 신성한 우물이 있으며, 공놀이를 해 이긴 팀 주장의 심장을 신에게 바쳤던 중남미 최대의 경기장도 있다.
마야인과 톨테크족의 천문기술을 보여주는 신전 쿠쿨칸 피라미드도 눈길을 끈다.
4개의 외벽에는 태양력으로 1년을 상징하는 3백65개의 계단이 나 있다.
52개의 판벽널로 각각 마야 지배 1세기를 나타내고, 18개의 테라스로 당시의 달수를 나타내는 등 마야의 역법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춘분과 추분 오후 4시께에는 이 피라미드 북쪽 계단에 돌난간의 그림자가 져 마치 커다란 뱀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엘카스티요 내부는 매일 두차례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칸쿤에서 남쪽으로 1백20km 떨어진 툴룸도 빼놓을 수 없다.
툴룸은 마야 유적중 유일하게 발견된 포구마을.
16세기 스페인에 점령당하기 직전까지 마야인들이 살았던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마야의 해가 뜨는 신전'으로 불린다.
유적은 전체가 1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중앙에 바다를 등지고 선 성채 피라미드가 우뚝하며 주변에 바람의 피라미드, 뒤집힌 신의 피라미드, 달력의 피라미드 등이 배치돼 있다.
이들 유적과 카리브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울려 빼어난 경관을 연출,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셀하는 '천연 아쿠아리움' 격인 국립해상공원.
카리브의 열대어와 함께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만끽할수 있다.
끝없이 이어진 공원길에서의 산책, 야자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 누워 즐기는 카리브해의 정취가 달콤한 곳이다.
-----------------------------------------------------------------
< 여행수첩 >
멕시코의 정식 국명은 멕시코합중국이다.
고대 아스테크족의 군신인 '멕시틀리'에서 나라이름이 연유됐다.
북쪽으로 미국, 남쪽으로 과테말라ㆍ벨리즈와 접하고, 서쪽은 태평양, 동쪽은 멕시코만이다.
한반도보다 8.8배 큰 땅에 1억1백만여명이 살고 있다.
인구의 90% 가량이 가톨릭을 믿는다.
수도는 멕시코시티.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쓴다.
한국보다 15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페소.
요즘 환율은 1페소에 1백10원 안팎.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직항노선이 없다.
보통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행 비행기를 갈아 탄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멕시코시티까지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멕시코시티에서 칸쿤까지는 2시간10분 소요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칸쿤까지 직항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자유여행사(02-3455-0002)는 '쿠바 하바나ㆍ멕시코 칸쿤 일주 8일' 상품을 내놓았다.
하바나를 중심으로 한 쿠바의 관광명소를 구경하고, 멕시코의 테오티화칸, 칸쿤, 치첸이사 등지를 둘러본다.
매주 화요일 출발한다.
1인당 2백99만원.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