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테러와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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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불행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추가 테러가 발생하거나 테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는 그 어느 분야보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테러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과연 독(毒)이 될 것인가,약(藥)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문제는 테러 발생 직후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될 만큼 핫이슈였다.
물론 평가기간을 어디까지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나 테러는 미국경제에 어느 정도 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3·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4%,올해는 3%대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경기나 투자 측면에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경제' 혹은 '역발상 투자'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테러가 경제성과에 약이 된 이면에는 많은 비용을 치른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재정이 악화된 점이다.
올 회계연도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4천5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복구와 추가 테러 방지를 위한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시스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계속된 추가 테러 위협과 대응 과정에서의 경제정책과 기업활동,국민생활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마디로 테러 이후 지금까지 미국경제를 '테러·전시경제 체제'로 일컬어진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백업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줬던 것도 빼놓수 없다.
9·11 테러 이후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백업시스템의 확보여부를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각국들은 테러 등으로 경제의 원(原)시스템이 붕괴됐을 경우 발생하는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백업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노력하고 있다.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9·11테러를 계기로 테러와 세계경기 동반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간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테러집단을 지구상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는 테러집단에 유입되는 돈세탁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고 이를 위한 각국간의 협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정부가 경제에 될 수 있는 대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에서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큰 정부론'이 국민들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는 추세도 뚜렷하다.
이론적으로 작은 정부론에 부합되는 정책은 통화정책인 반면 큰 정부론에 맞는 정책은 재정정책이라 볼 수 있다.
테러 이후 '재정정책의 동조화'로 부를 만큼 각국들이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지출과 조세감면을 일제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도 테러의 영향이 파고 들고 있다.
9·11 테러 직후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애국소비 운동이 재현됐다.
고용행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연봉을 중시해 회사를 택하고 평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자국민들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진 것도 일상생활의 큰 변화다.
결국 9·11테러와 추가 테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미국과 세계경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앞으로 이런 변화들이 어떻게 굳어져 어떤 모습으로 21세기 세계경제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인가는 또 하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