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미술품 양도세 시행 실효성 의문 .. 실명제 추진에 시장 급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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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미술계간의 줄다리기로 13년간 끌어온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마침내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지난 20일 재경위 소위에서 확정된 양도세(양도차익의 1%)는 9∼36%의 소득세를 부과키로 한 재경부의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소장자들이 자금 출처가 드러날지도 모르는 불안감으로 인해 거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술시장은 더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술계는 우려하고 있다.
'서화·골동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2천만원이 넘는 미술품을 팔아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납세자는 매도시 양도차익의 1%를 자진 납부해야 한다.
과세는 작고 작가의 작품에만 해당된다.
예컨대 작고 작가의 미술품을 팔아 5천만원의 양도차익이 났을 경우 양도차익의 1%인 50만원을 자진 납부하면 된다.
생존 작가의 작품과 박물관 미술관에 판매하는 경우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과세가 시행되면 고가 미술품 거래시 실명제가 도입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과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어서 오히려 미술시장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양도세를 자진 납부해야 할 소장자들의 반응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양도세 자진 신고시 납세자의 신분이 드러나고 경우에 따라선 자금 출처까지 밝혀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소장자들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양도세를 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고가 미술품 거래는 더욱 음성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양도세가 시행되면 경매시장과 메이저 화랑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경우 과세대상 작품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매도자나 매수자가 신분 노출을 꺼려 경매시장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 경매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블루칩' 작가 작품을 많이 거래하는 메이저 화랑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요인으로 양도세 시행이 정부의 의도대로 실효성을 거두기는 당분간 어렵고 미술시장도 위축되는 극단의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