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서울지국장을 10년이나 지낸 락스미 나카르미씨는 뉴질랜드 출신이지만 외모는 동남아 사람 같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 단속기간이었던 2년전 어느 날 영등포에서 택시를 탔던 나카르미씨는 운전기사가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자신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낭패를 겪은 적이 있다. 다행히 사무소에 자신을 알고 있었던 직원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몇시간 며칠을 고생했을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뉴욕에 출장 온 나카르미씨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체류자 일제 단속 문제로 화제가 돌아가자 이같은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더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안했지만 동남아인 같은 외모 때문에 당했을 아픔을 삭이는 듯했다. 그리고 몇마디 붙였다. "한꺼번에 일제 단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한국 사람들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숨통을 터주고 단속을 하라는 것과 자신들은 외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라는 충고로 들렸다. 실제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를 포함해 거주 서류가 분명치 않은 한국 사람이 15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신분 불안으로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지만 나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생계형 불법이민자는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이들보다 더한 얌체 코리안도 많다. 소위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원정 출산족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땅에서 원정출산 형태로 태어난 한국 신생아가 한해 5천명에 달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비자를 연장하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서로가 법을 어기며 살자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개선방안을 찾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계형 불법이민이나 불법체류는 발본색원하기 어려운 현실,그들에게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줘야만 하는 또다른 현실.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나카르미 기자의 충고도 그런 현실을 감안하라는 주문이 아닌가 싶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