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大使考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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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외교관을 총성없는 전장을 누비는 전사라고 말한다.
나라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있는 외교가에서 상대 정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해 자국 정부에 보고하고 아울러 정부의 훈령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지 않고서는 국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다.
영어는 필수무기인 것이다.
외교관의 영어 실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초임 해외공관장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으로 영어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해서다.
일정 수준의 쓰기와 의사소통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공관장으로 나가지 못하며 '삼진아웃제'를 적용,3번 불합격하면 아예 공관장 자격 자체가 박탈된다고 한다.
영어시험이 곧 '대사고시(大使考試)'가 된 셈이다.
그동안도 외교관의 영어문제는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통상이나 안보에 관련된 협상과 대화에서 용어의 뜻을 잘못 해석해 시비거리가 됐는가 하면,영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주재국의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 설득과 토론은 먼 발치로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얼마 전 영어권의 한 공관에서는 대사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토론주제를 정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을 시키기도 했다는데 현지에서의 언어소통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인 듯싶다.
외교부가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외교는 말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파티 등에서의 교양 및 해당국가를 이해하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실력 역시 언어구사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상대국가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국가 이익을 대변하는 공관장이 언어의 불편이 없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그렇다고 언어가 공관장의 절대기준이 된다는 것은 다소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영어가 강조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긴 하나 자칫 다른 언어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될까 하는 점도 걱정이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제2,제3 외국어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차제에 고려해봄직하다.
박영배 논설위원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