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미국 시카고 지사가 개설돼 지사장으로 임명됐을 때다. 미국 최고의 백화점 체인인 시어즈(Sears)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어즈 구매담당 바이어의 위세는 대단했다. 묘안이 없을까 고심하던 중 시어즈 바이어가 곧 하와이로 휴가를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와이로 휴가를 가자!" 뜬금없는 제안에 집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사 일이 안 풀리더니 이 양반이 갑자기 어떻게 됐나?'하는 눈초리였다. 하와이에 가서 식구들을 놀게 한 후 나는 시어즈 바이어의 행적을 뒤쫓았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하여 그 사람과 마주쳤다. "하이, 미스터 구스타프슨! 어쩐 일이십니까?" 여행지에서 만난 바이어는 긴장이 풀어졌는지 의외로 편하게 나를 맞이했다. '절호의 찬스다.' 그런데 일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그 바이어에겐 네 명의 자녀중 막내가 뇌성마비를 앓았다. 늘 소외감 속에서 지내던 스무 살 전후의 그 청년은 여덟 살짜리 또랑또랑한 동양아이를 보더니 갑자기 맹렬한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딸도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였지만 금세 친해졌다. 우리 딸과 자기의 자식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된 바이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태도가 1백80도 변했다. "미스터 우! 우리와 일정을 같이 합시다." 결국 두 가족은 휴가기간 내내 같이 지낼 수 있었다. 물론 납품문제도 자동적으로 풀려버렸다. 이후 시카고 지사 사람들은 우리 딸을 '영업 상무'라 불렀다. 그 영업 상무는 MIT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