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법정공방 앞서 화해 모색] 鄭명예회장 "김문희씨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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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정 명예회장이 갈등의 대상은 현 회장이 아닌 김문희씨(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라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열린 김월계씨(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의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문제는 나와 김문희씨 문제"라며 "그 아이(현 회장)는 우리 며느리로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감싸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경영권 갈등이 불거진 이후 정 명예회장이 직접 심정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이같은 발언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달아 온 양측간 대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극적 화해 가능성 제기
정 명예회장은 경영권 갈등이 언론에 조카며느리와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 듯 조기 매듭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번 사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늦으면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빠르면 보름 또는 한달 사이에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화를 위한 조건을 내세웠다.
먼저 김문희씨가 엘리베이터 지분을 현대가 사람인 현 회장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 후에야 김문희씨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정 명예회장의 입장이다.
정 명예회장은 "김문희씨와 문제가 정리되면 현 회장과 만나는 한편 공동기자회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현대그룹을 정씨 일가 소유로 분명히 하되 현정은 회장이 어느 정도 경영에 참여하는 쪽으로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싸움이 계속되면 KCC 등 관련 기업의 평판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에 따른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화해 없으면 법정공방 불가피
양측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화해를 위한 대화물꼬가 쉽게 터질 지 현재로선 의문이다.
김씨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정 명예회장의 발언에 대해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닫게 된 마당에 무슨 해결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이미 법원에서 싸울 준비를 마쳤다.
KCC측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공모를 막기 위해 법무법인 광장과 수임계약을 맺었다.
광장은 지난 20일 대표변호사 명의로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여주지원에 냈다.
KCC는 엘리베이터 이사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임시주총 소집을 통한 주주권 행사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측은 그룹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법무법인 대륙과 계약을 맺었다.
대륙은 현 회장측의 자금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대규모 일반공모안을 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 회장측은 KCC 경영진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고가에 매입한 것은 이사들의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KCC의 소액주주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광장과 대륙간 치열한 법리싸움이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