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97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저스틴 레너드(31.미국)를 꺾고 첫 출전한 프레지던츠컵골프대회를 화려하게 마감했다. 한편 국제연합팀과 미국선발팀은 사상 처음으로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처음으로 무승부가 됐다. 최경주는 2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조지의 팬코트리조트골프장 더링크스코스(파73.7천48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무려 7개의 버디를 쓸어담는 맹타를 휘둘러 레너드를 2홀 남기고 4홀 차로 눌렀다. 이로써 연패를 거듭하다 전날 포볼경기에서 애덤 스콧(호주)과 함께 첫 승을 일궜던 최경주는 이틀 연속 승수를 쌓으며 국제연합팀의 공동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 최종일 12개 매치플레이 가운데 초반에 끝난 경기에서 연패를 거듭하던 국제연합팀에 이날 첫 승리를 안기며 남아공 골프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전날 세차게 불던 바람이 한층 잠잠해진 가운데 경기에 나선 최경주는 레너드보다 30-50야드 멀리 드라이브샷을 날리며 비거리 우위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또 최경주는 샷의 정확도 면에서도 좌우로 샷이 크게 흔들렸던 레너드를 압도하며 이날만큼은 한 수 위의 실력을 뽐냈다. 특히 최경주는 몇차례 짤막한 퍼팅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찬스에 반멋진 롱퍼팅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국제연합을 응원하던 남아공 팬들을 열광시켰다. 첫홀(1번홀)부터 두번째샷을 핀 80m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1홀 차로 앞서나간 최경주는 2번홀(파3)에서도 보기퍼트를 넣지 못한 레너드에게서 컨시드를 받아냈다. 2홀을 앞서던 최경주는 5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은 레너드에게 1홀을 내주며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최경주는 7번홀(파4)에서 환상적인 6m짜리 버디퍼트를 떨구더니 8번홀(파3)에서도 두번째샷을 핀 뒤쪽 4m에 떨군 뒤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내리 2홀을 따냈다. 또 칩샷 실수와 짤막한 퍼트 실패로 9번홀(파5)을 비긴 최경주는 10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핀에 바짝 붙여 다시 버디 컨시드를 받아내 무려 4홀 차로 달아났다. 점수차를 더 벌려 일찌감치 경기를 마감할 수도 있던 상황에서 2차례나 퍼트 실수를 범한 최경주는 한때 2홀 차까지 쫓겼다. 그러나 최경주는 13번홀(파5)에서 벙커샷을 홀 4m에 붙여 다시 1홀을 따낸 뒤 14번홀(파4)에서 다시 두번째샷을 1m 안쪽에 붙여 버디를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또 멋진 칩샷을 선보인 레너드에게 15번홀(파4)을 내줬지만 최경주는 16번홀(파5)에서 3번째샷을 핀 뒤 3m에 떨구며 티샷과 두번째샷이 잇따라 러프로 들어가 결국 4타 만에 겨우 그린에 볼을 올린 레너드의 `백기'를 받아냈다. 경기가 끝나자 16번홀 그린 주변을 겹겹이 둘러쌌던 골프팬들은 일제히 `KJ'를 연호하며 국제연합팀에 이날 첫승을 안긴 최경주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한편 역대전적 절대 우위로 4번째 우승을 노리는 미국과 98년 이후 5년만에 프레지던츠컵 탈환을 노리는 국제연합팀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결국 사상 초유의 연장전 진행끝에 무승부를 선언했다. 전날 포볼 6경기를 모두 내주며 승점 9.5로 12.5를 기록한 국제연합팀에 뒤져 있던 미국은 초반 강력한 기세로 국제연합팀을 압박했다. 1번 주자로 나선 US오픈 우승자 짐 퓨릭이 마이크 위어(캐나다)를 꺾었고 5번째 주자인 찰스 하웰 3세가 14홀만에 애덤 스콧(호주)를 눌러 이긴 것. 또 제리 켈리가 팀 클라크를, 케니 페리도 닉 프라이스를 1홀 차로 따돌렸고 제이 하스도 스티븐 리니(호주)를 4홀 차로 꺾어 미국의 연승행진을 계속됐다. 그러나 최경주의 승리를 신호탄으로 반격에 나선 국제연합은 레티프 구센(남아공)이 필 미켈슨을 5전 전패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고 피터 로나드(호주)도 프레드펑크를 제압, 반격에 힘을 더했다. 또 이후 미국은 크리스 디마르코가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를 꺾었고 연패 늪에 빠졌던 `황제' 타이거 우즈가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대결에서 완승하며 승수를 더했다. 반면 국제연합팀은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완파, 1승을 추가했고 마지막 경기인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와 로버트 앨런비(호주)의 대결까지 무승부로 끝나 승부는 사상 처음으로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각 팀을 대표하는 1명씩의 선수가 나와 서든데스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양팀 주장이 선택한 카드는 `황제' 우즈와 `황태자' 엘스. 둘째날 포볼 매치에서는 엘스가 마지막 날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우즈가 이겨 이번 대회 1승씩을 주고 받은 두 선수는 연장전에서 피말리는 명승부를 펼쳤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 첫 홀 경기는 두 선수가 모두 파에 그치며 무승부. 1번홀(파4)에서 벌어진 두번째 연장전에서 역시 두번째샷이 그린을 넘겼던 엘스가 2m짜리 파퍼트를 집어 넣어 또 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또 231야드짜리 2번홀(파3)에서 이어진 3번째 연장 승부에서도 우열은 가려지지 않았다. 우즈는 2단 그린의 아래쪽으로 티샷을 보낸 뒤 마운드를 넘겨 친 버디퍼트가 깃대를 지나 3.5m나 멀어졌지만 파퍼트를 컵에 떨궜고 티샷이 그린 오른쪽으로 치우쳤던 엘스는 버디퍼트를 1.5m에 붙인 뒤 파세이브했던 것. 결국 일몰로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된 대회 본부와 양팀은 승부를 가릴 방법을 찾다못해 공동우승을 선언했다. (조지=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