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다국적 물류회사인 CSX가 당초 내년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던 9천억원 규모의 부산신항 1-2단계 건설을 늦추려는데 대해 항만업계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하이 등 중국 항만의 부상으로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전망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는 데도 정부가 '과거의 장밋빛' 물동량 예측치를 고수한채 15조6천억원을 투입해 △부산신항 30개 선석(배대는 자리) △광양 33개 선석을 짓는 계획을 밀어붙여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17개국에서 터미널을 운영중인 CSX와 같은 다국적회사에 한국정부의 탁상행정식 목표 예측치에 입각한 투자유도가 먹혀들리 없었다"면서 "해양부가 항만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 차질 빚는 부산신항 건설 정부는 지난 2001년 한국수산해양개발원이 내놓은 항만 물동량 예측치(2011년 3천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따라 15조6천억원을 투입해 2011년까지 부산신항 30개 선석, 광양항 33개 선석을 짓고 있다. 부산신항에는 총사업비 9조1천5백42억원이 투입되며 30개 선석중 26개는 민자, 4개는 정부 재정사업이다. 현재 민자사업자인 부산신항만주식회사가 1-1단계로 6개 선석(2006년말 준공)을 짓고 있으며 1-2단계는 3개 선석 규모로 내년초 착공, 2008년까지 짓도록 돼 있다. 그러나 CSX가 주축이 된 부산신항만주식회사는 1-1단계의 물동량 증가추이를 봐가며 1-2단계 공사에 들어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엉성한 정부 물동량 예측 문제의 발단은 정부가 물동량 예측을 너무 장밋빛으로 한데 있다. 광양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광양항이 2001년에 1백86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론 85만5천TEU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1백8만TEU만 처리됐다. 올해도 10월까지 98만TEU를 취급하는데 그친데다 물동량 증가율도 크게 둔화돼 2011년 9백31만TEU라는 물동량 예측치는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다. ◆ 후진적 항만건설 시스템 선진국의 항만 건설시스템은 무빙타깃(moving target)제다. 세계 1위 항만인 홍콩의 경우 1단계 공사가 끝나 물동량이 예상치의 75%에 도달하면 2단계 공사에 들어간다. 착공시기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것. 그러나 우리는 정부기관의 물동량 예측에 따라 10∼20년 후의 건설계획까지 상세히 짜놓는 식이다. 이에 따라 물동량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고 물동량 예측이 틀렸을 때 항만은 유휴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철환 연구원은 "물동량이 급변하고 있어 항만건설 계획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급자 위주의 현 시스템을 수요자의 시각을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