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무원들은 중국 공무원들 반도 못따라 갈 겁니다.중국 공무원들은 우리 공무원들과 패러다임이 달라요." 김호경 현대상선 상하이 법인장의 말이다. 10년 넘게 상하이에 있으면서 그는 중국 공무원 예찬론자가 돼버렸다. "우리로 치면 지방항만청장급인 상하이 항만국장을 만나러 가면 격식을 따질새도 없이 포옹도 하고 친구처럼 대합니다." SK케미칼 중국 칭다오 법인의 한겸수 부장은 "며칠전 칭다오 시내 호텔에서 몇몇 공무원을 만났는데 투자검토차 찾아온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을 설득하느라 1주일째 집에도 못들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현장에 와서 본 중국 공무원들의 열정은 과연 한국기업들을 '집단최면'에 몰아넣을 정도로 뜨겁기만 했다. ◆'사회주의 투사'가 '비단장수 왕서방'으로=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은 중국 공무원의 경쟁력을 세계 1위로 꼽는 중국전도사. 그는 중국 공무원들을 "장사꾼"이라고 부른다. 선양시장이 이 회장 본인보다 회사 사정을 더 훤히 꿰뚫고 있는 데는 경외감마저 들었다는 것. "얼마전 선양시장이 방한했을 때 삼보컴퓨터 실적을 자랑삼아 얘기했더니 '틀렸다'며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더라고요.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지요." 지난달 14일부터 3박4일간 투자지역 물색차 난징 상하이 등지를 둘러보고 온 코오롱 중국위원회 소속 윤재은 차장. 그는 "현지 시장 등 고위관료들과 오찬을 하는데 관료들이 칭다오 맥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한국말로 건배를 제의하더군요"라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중국 공무원들의 이같은 열정 뒤에는 무엇보다 중앙정부 차원의 파격지원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외자유치 드라이브를 걸면서 철저히 투자실적에 따라 평가하니까 공무원들이 발벗고 뛰지 않겠느냐"(김호경 현대상선 상하이 법인장)는 지적이다. 중국 공무원의 경우 일정 외자유치 목표를 달성하면 연말에 무려 3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받는다. 특히 세계 5백대 기업을 유치했다면 여기에 플러스 알파까지 주어진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중개를 성사시켰을 경우 투자유치액의 1천분의3이 커미션으로 주어진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5년째 중국 철령시 주한경제무역총공사로 일하고 있는 김영태 수석대표는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1백% 알 수는 없지만 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본적으로 자기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애국심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