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능 언어영역에서 사상 초유의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일선 학교의 수험생들과 교사, 학원가 등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교육 당국은 이번 조치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으며,불신감 고조와 함께 향후 재채점 과정에서 오답시비와 애초 정답을 고른 수험생들의집단행동 등을 통해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헷갈리는 교사와 수험생 = 광명에 있는 A 여고 강모(19) 양은 "비록 1∼2점에 불과한 차이라 해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중요하다"며 "어렵게 고민한 끝에 ③번을골랐는데 복수 정답이 인정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에서 350점대가 예상된다는 강 양은 "정답을 ③번으로 골랐는가, ⑤번으로 골랐는가의 차이는 실력의 차이이며, 변별력의 문제"라며 "복수정답 인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소 290점대를 받는다는 재수생 서모 양은 "비교적 쉬운 문제였다고 생각해 정답을 ⑤번으로 골랐다"며 "복수정답 인정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국어 담당인 화곡고 이석록 연구부장은 "언어영역은 원래 정답 시비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라며 "애매한 문제가 출제검토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학생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교사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우울하다"며 "단기간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하는 전근대적인 출제방식을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남고 구본철 진학부장은 "5번을 택한 70%와 3번을 택한 15%의 학생이 모두 정답을 쓴 것으로 인정된다면 실질적으로 대부분 수험생이 정답을 맞힌 셈이므로 대학지원에 큰 영향은 없다"며 "그러나 평가원이 실수를 인정한 만큼 오답시비는 계속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학부모 등 교육당국 불신감 고조 = 고3 자녀를 둔 회사원 K(47)씨는 "올해수능은 출제위원 선정부터 변별력 시비, 초유의 복수정답 인정까지 여러 모로 우리대입시험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시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비슷한 답안을 정답에 포함시켜 어렵게 정답을 고른 학생들에게 사실상 불이익을 준 이번 조치는 수긍할 수 없다"며 "교육 당국의 무능함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질타했다. 충암고 장두홍 연구부장은 "출제위원에 학원강사가 포함됐다는 논란부터 시작해학생들의 항의에 복수 정답을 인정함으로써 향후 파장이 클 것"이라며 "평가원의 신뢰도 추락으로 각종 오답시비와 채점과정의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성학원 국어 담당 장필규 팀장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논란이 생기는 문제는 평가 목적상 결코 좋은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출제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이뤄지지 못해 교육 당국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문제의 객관성과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출제위원 풀(pool)을 늘리거나 여러 단계의 검토과정을 거치는 등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네티즌 `찬-반' 양론 격돌 = ⑤번을 선택한 학생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2004 언어영역 문제있습니다' 카페에서는 교육과정평가원의 복수정답 인정 발표가 끝난 직후 일시에 100여명의 네티즌들이 모여들어 기쁨을 나눴다. 이들은 "수고했다", "기쁜 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등 자축성 글을 올리면서"배치표가 1.5점 상승할테니 0.5점의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직접적인 `이득'이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③번을 선택한 수험생들로 꾸려진 `다음' 카페 `언어영역 17번은 3번이 맞습니다'에는 분노한 수험생들이 몰려 집단행동에 나서자며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은 "이제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사이버 시위를 위한 직접행동파 모집", "10만 수험생을 모아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민원을 하자"는 등의 글을 잇따라 게시해 향후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율 기자 zoo@yna.co.kr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