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마치 '지뢰밭'처럼 도처에서 터지는 악재들로 흔들리고 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증시에 후폭풍을 몰고 온 가운데 검찰의 비자금 수사 확대,이라크 사태 악화 등으로 투자자들은 '연타'를 얻어맞는 양상이다. 특히 카드채 거래 실종 여파로 시중자금은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를 빠져나와 은행 수시입출금식 정기예금(MMDA)에 몰리는 등 자금부동화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일부 투신사는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급락하는 주식시장 카드사 위기가 증시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카드사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대주주 기업, 자금 지원에 나선 은행, 카드채 및 기업어음(CP)을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 등이 연일 폭격을 맞는 양상이다. 24일 LG카드 외환카드는 하한가까지 떨어졌으며 은행주도 연일 급락, 싸늘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또 삼성전기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삼성그룹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주가 급락은 시장 참가자들이 LG카드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2조원으로 LG카드가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단이 지원에 나선 만큼 카드사 문제는 이제 은행권,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최악의 경우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이같은 우려감이 은행주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사장은 "LG카드 문제가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금융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에서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투신사 투신권은 지난 3월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투신사들은 '1차 카드사 위기' 여파로 환매사태를 겪었다. 한달여 만에 MMF에서 26조원이 이탈하면서 투신권은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LG카드 위기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21일까지 MMF에서 4조8천억원이 환매됐다. 특히 19일과 20일에는 각각 2조1천3백32억원과 2조1천1백77억원이 빠져나갔다. MMF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투신사는 현금이 바닥나 환매 자금을 마련하느라 애로를 겪기도 했다. 투신업계는 카드채 보유 금액이 크게 줄어들어 3월과 같은 대량 환매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당시 투신사가 보유한 카드채 규모는 20조원이 넘었으나 최근 10조여원으로 줄었다. LG카드채는 3조5천억원 수준이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그러나 "카드채가 아니더라도 전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일단 돈을 찾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퍼지고 있어 환매가 언제쯤 중단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혼란양상 당분간 지속될 듯 이런 여파로 시중 부동자금을 증시로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기는 당분간 힘들게 됐다.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과 국고채 등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카드 문제가 불거진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7개 시중은행 MMDA엔 3조2천34억원이 몰렸다. 이는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의 증가액 1조1천9백82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 은행 관계자는 "LG카드가 정상화의 계기를 잡았지만 두고봐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돼 당분간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영춘ㆍ장진모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