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끝에 단칸방 살림부터 시작했다. 고생 끝에 살만해지자 남자는 아내와 입양한 딸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한다. 남자는 그러나 헌신적이던 전처와 달리 자기 주장이 강한 새 여자를 감당 못하고 전처에게 돌아온다.' '여름캠프에서 만난 애니와 할리는 자기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져 자란 쌍둥이자매임을 알게 된다. 둘의 작전으로 다시 만난 부모는 과거의 이혼이 어쭙잖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다시 합친다.' 앞의 것은 MBC드라마 '고백',뒤의 것은 '패어런트 트랩'이라는 할리우드영화다. 극중에선 둘 다 재결합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고백'의 경우 더욱이 젊은여자가 낳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으로 설정한 만큼 친엄마를 잃은 아이와 양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 딸의 상처라는 커다란 문제가 남는다. 이혼은 이처럼 당사자들만의 일로 끝날 수 없다. 이혼율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국내의 이혼율은 지난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그것도 70%가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고,20년 이상 같이 살고도 이혼한 부부가 22.8%에 달했다. "자식의 고통을 생각하라"는 말이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이혼에 합의해도 3∼6개월의 냉각기를 갖도록 하는 '이혼 숙려(熟慮)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협의이혼제는 60년 시행된 뒤 남편이 아내를 내쫓는 수단으로 악용되자 63년 7월 이혼서류 수리시 담당공무원이 심사하도록 개정됐고,79년 1월 다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도록 고쳐졌다. 그래도 절차가 너무 간편해 경솔한 이혼을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혼남 이혼녀가 더이상 주홍글씨가 아닐 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게다가 양육문제에 대한 구체적 협의 없이 갈라서는 통에 아이들이 한쪽 부모를 못만나는 일도 흔하다. 이혼 전 커 보였던 단점도 헤어지면 별것 아니게 느껴져 80%가 후회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한다. 법적인 강제조치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당사자와 가족 모두를 위해 '미워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장치는 필요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