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명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분경쟁이 붙었다 하면 무작정 호재로 받아들여 '묻지마' 추격 매수에 나서는 개인들의 투자행태가 피해를 자초하는 1차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적대적 M&A에 나선 개인 '큰손'이나 장외기업이 나중에 여러 사정을 들어 발을 빼더라도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는 현실이 그런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박찬수 팀장은 "개인이나 장외기업의 경우 지분보유 신고 외에는 특별한 공시 의무가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장외기업인 엠텍에 인수된 가산전자는 적대적 M&A에 휩싸인 대표적인 종목이었다. 개인투자자인 김주한씨가 지난달말 장내에서 지분 8.2%를 사들이면서 가산전자 주가는 8백원대에서 1천3백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원래 대주주 디에이치파트너스의 유상증자가 법정공방 끝에 성공함으로써 경영권 분쟁은 끝났고 주가는 원래 수준으로 다시 급락했다. 이 기간 지분경쟁을 기대하며 주식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은 상당수 손절매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경영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디에이치파트너스는 돌연 보유 지분을 기존 매입가의 4배 가격을 받고 엠텍이라는 장외기업에 넘겼다. 디에이치파트너스는 지분을 인수한 지 7개월 만에 4배 이상의 차익을 얻었으며 주가 재급등으로 김주한씨 또한 30% 이상 평가차익을 얻고 있다. 결국 개인만이 손해를 본 '게임'이 된 셈이다. 24일 가산전자는 11.69% 오른 1천3백85원을 기록하면서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아이빌소프트와 비젼텔레콤도 적대적 M&A기업에 대한 투자의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외기업 로시맨이 지분 5.19%를 장내 매수한 뒤 아이빌소프트는 급등세를 탔었지만 최근 하락세로 돌변,이날까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급등이 시작되던 이달초 지분 4.25%를 대거 장내 매수했던 신원 미상의 외국인은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던 지난 20일 이 물량 전부를 팔아치워 1백% 가까운 차익을 내 의혹을 사고 있다. 비젼텔레콤 역시 로시맨측이 적대적 M&A를 시사한 지난 17일 이후 주가가 6일 연속 하락하면서 40%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금감원 조사1부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주가와 거래량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개인이나 장외기업이라도 차명계좌를 통한 차익실현과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조사에 즉각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적대적 M&A에 나서겠다는 식의 공표사실만 믿고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지분경쟁 과정에서 오히려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충고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