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추락…정답시비 잇따를듯 ‥ 수능 사상초유 복수정답 인정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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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원강의경력을 가진 대학 초빙교수 출제위원 논란에 이어 '복수정답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신뢰도에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됐다.
또 복수정답이 인정된 후에도 원래 정답을 맞힌 측의 반발과 오답시비가 일고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한 처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능의 공신력이 추락함에 따라 내년 새 체제로 시행되는 2005학년도 수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언어 17번 답이 두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언어영역 17번 문항에 대해 관련학회 의견 및 수능 자문위원회 자문 등을 종합검토한 결과 원래 정답 3번 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는 월북시인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에서 비슷한 요소를 묻는 문제로 당초 9만명(전체 수험생의 15%)의 수험생만이 정답(3번)을 맞혔으나 이번 복수정답 인정으로 5번을 택했던 대략 44만명(70%)이 추가로 2점을 얻게 됐다.
◆ 대입일정 차질없나 =평가원은 언어 17번 복수정답 인정으로 인한 채점과 향후 대학입시 일정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복수정답 인정으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원래 정답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사회탐구(짝수형) 67번 등 다른 오답시비 문제에 대한 정답 수정요구가 잇따를 경우 전체적인 채점과 성적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점짜리 문항인 언어 17번에서 5번도 정답이 됨으로써 언어영역 전체 평균과 등급, 5개 영역 종합등급 등에도 변화가 생겨 원래 정답자들의 상대적 피해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평가원은 또 "다른 오답시비 문제는 재검토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의를 제기해온 수험생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학부모 등 수능 불신감 고조 =고3 자녀를 둔 회사원 K씨(47)는 "올해 수능은 출제위원 선정부터 변별력 시비, 초유의 복수정답 인정까지 여러모로 대입시험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비슷한 답안을 정답에 포함시켜 어렵게 정답을 고른 학생들에게 사실상 불이익을 준 이번 조치는 수긍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성학원 국어 담당 장필규 팀장은 "출제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해 교육 당국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 내년 수능은 더 문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능 시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개편없이는 수능때마다 정답 시비가 거세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수능은 7차교육과정의 시작으로 출제과목이 현행 24과목에서 51개과목으로 늘어나고 출제위원도 1백50여명에서 5백50여명으로 대폭 증가해 정답시비나 출제위원 자격 논란 등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출제위원을 한 달간 격리하는 현행 감금식 출제방식에서 연중 문항을 개발하는 문제은행 체제로 바꾸고 2회 이상 복수 시행하거나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