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투 매각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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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투증권이 우여곡절 끝에 25일 미국 푸르덴셜에 매각됐다.
이를 지켜본 투신사 직원들은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뿐만 아니라 한국자본시장의 부침과 함께한 대형 3투신사 가운데 하나가 외국자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82년 정부는 고도성장에 필요한 내자(內資) 동원을 위해 국민투자신탁(현투증권 전신)을 설립했다.
한국투신업계는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 등 '빅3' 체제가 구축됐다.
이들은 정부의 의도대로 개발연대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빅3는 회사채시장과 주식시장을 주도했다.
이들엔 '공룡'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89년의 12·12조치(투신권의 무제한 주식 매입 조치),99년의 대우사태 등을 거치면서 이들 공룡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수조원의 빚더미에 눌려 금융불안의 주범으로 내몰렸다.
그래서 모두가 부실 공룡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매수 주체가 국내든 해외든 가릴 형편이 되지 못했다.
헐값 매각이란 지적이 없지 않지만 금융산업의 큰 짐을 하나 덜었다는 점에서 이번 현투 매각을 투신업계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선진 금융회사인 푸르덴셜이 낙후되고 신뢰를 잃어버린 국내 투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 저편에 투신사 관계자들은 "한투 대투가 어떻게 될지 더 걱정"이라고 말한다.
행여 이들 투신마저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40%를 장악한 외국인이 현투에 이어 한투 대투 등 대형 기관투자가까지 손에 넣을 경우 '자본주권(資本主權)'의 상실은 불 보듯 뻔하다.
경제와 자본시장의 성장 과실을 외국인에 넘겨주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어진다.
한 투신사 사장은 "사후 손실 보전 등 푸르덴셜과 같은 조건을 국내 자본에 제시하면 한투 대투 인수에 나설 곳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