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전과 산업재산권 보호를 취지로 지난 98년 설립된 특허법원(양승태 법원장)이 제 역할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허관련 재판을 특허법원으로 몰아줌으로써 '전문화'를 꾀하려던 정부의 방침이 변호사와 변리사 등 직역(職役)간 이해의 대립과 지역(서울-대전)간 이해충돌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 반쪽짜리 특허법원 =특허법원은 지난달 16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신청사로 이전하고 개원식을 가졌다. 지상 10층에 지하 1층, 연면적만 4천9백여평에 달하는 독립청사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1백50억원으로 최첨단 설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특허관련 업계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허법원과 일반법원으로 이원화된 현행 재판시스템이 통합되지 않는 한 특허법원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이는 배치된 판사수가 법원장을 비롯 모두 9명으로 당초 계획했던 15명(5개 재판부)에 크게 못미친데서도 드러난다. 특허침해소송 2심을 전국 고등법원에서 관할하는 까닭에 특허심판(유ㆍ무효 가리기)등 특허관련 소송중 '반쪽'만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이해관계의 충돌 ='특허법원의 전문화와 관할집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주무부서(대법원 행정처)와 수도권소재 변호사들의 반발 때문이란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들은 △전국 고등법원에서 별 문제없이 특허침해소송 2심을 맡아 왔고 △대전지역은 교통이 불편하며 △특허침해소송 수요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뿐 실제로는 '소송대리권의 확대'를 우려하는 이해관계 때문이란 것이 특허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변리사회의 한 관계자는 "변리사들도 소송대리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을 변호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조직법개정안 '낮잠' =과학기술계가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1백22명의 서명으로 발의된 '특허법원관할 통합관련 법원조직개편안'이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특허법원이 표류하는 동안 기업과 연구소 등 특허관련 사건 당사자들의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특허관련 소송의 2심을 연방관할재판소(CAFC)에서 집중심리해 전문성을 기하고 있으며 일본도 내년부터 고등법원 관할로 특허사건 심리를 집중화 할 예정이다. 한남대 신운환 교수(법학)는 "특허법원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으면서도 집단 이해관계에 밀려 퇴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산업기술 경쟁력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