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몹시 불안한 양상이다. 원화의 대(對)달러 환율은 5개월여만에 1천2백원대로 높아졌고,엔화에 대해서도 2년여만에 1백엔당 1천1백원선을 기록했다. 투신사 머니마켓펀드에서는 자금이탈이 가속화돼 이대로 갈 경우 일부 투신사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우려도 짙다. LG카드 문제, 비자금 수사확대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로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이고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국면이기도 하다.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만큼 제2의 외환위기는 없으리라고 보지만, 경제가 걱정스럽기는 그때에 못지 않은 느낌이다. 경제위기는 상황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관리(대처)능력도 수준이하이기 때문에 빚어진다.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물론 문제지만,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시간이 가면 경제가 좋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막연한 낙관'이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97년의 상황이 바로 그랬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장기불황으로 청년실업률이 위험수위에 와있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경제를 걱정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게 오늘의 상황이다.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대선자금 공방이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될 것같고 그 과정에서 기업 압수수색과 기업인 검찰 출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공산이다. 과연 그렇게 돼도 경제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선자금 수사와 경제는 별개 문제 아니냐는 주장은 원론적으로는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LG카드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하면서 같은 시점에 LG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국정운영의 종합적인 조율(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그렇기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면 잘못된 시각일까. 미ㆍ일을 비롯 각국 경제가 다 회복 기미가 완연한데 한국만 이런저런 이유가 겹쳐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한 귀로 흘려서는 안된다. 그런 인식이 굳어지면 외자는 한국자본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카드채,투신사 유동성 부족 등 취약점이 한둘이 아닌 금융시장은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문제가 빚어질 소지가 충분하다. 더이상 충격을 줘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