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려면 누구나 한두가지 고민거리에 부딪친다. 창업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고 사업아이템을 정하기도 만만치 않다. 서울 천호동에서 놀부 부대찌개를 운영하는 김재학씨(38)는 미국에서 취득한 MBA(경영학석사)가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우선 가족들이 펄쩍 뛰었다. 아버지는 "음식장사 하려고 유학까지 갔냐"며 혀를 찼다. 김씨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후 짧은 직장생활을 끝내고 바로 유학을 갔다. 그 자신도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 MBA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기회비용을 따져보니 음식장사에 뛰어드는게 망설여졌다. 뭔가 결단이 필요했다. 어차피 40대 중반엔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은 터였다. 2년째를 맞는 벤처기업 직장생활도 갈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회사가 비전이 없는데다 회계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을 맡다보니 높아만가는 부채비율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김씨는 몇개월간 사전조사끝에 지난 10월초 천호동 현대백화점 뒤편에 놀부 부대찌개 천호점을 차렸다. 종업원과 원가 관리는 물론 식당운영 전반에 MBA를 통해 배웠던 지식들을 그는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세상에 '헛공부'가 없다는 사실을 그는 요즘 절실히 느낀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외식업으로 정한후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꼼꼼히 검토했다. '놀부'를 선택한데는 가맹점중에 '성공스토리'가 많았기 때문. 그는 놀부 가맹점 중 크게 성공한 점주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창업관련 서적도 닥치는대로 읽었다. 한가지 결론을 얻었다. "어정쩡한 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 부친께 도움을 청하고 있는 돈을 모두 끌어모으니 3억원 남짓의 창업자금이 마련됐다. 많다면 많은 돈이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목(입지)이나 규모(점포크기)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친구 한명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김씨가 경영을 맡는대신 수익은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 적정 창업자금이 마련되자 점포물색 및 상권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발에 물집이 잡힐정도로 돌아다닌 끝에 적당한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점포면적은 50평. 유동인구도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권리금을 포함한 점포 임대비용이 많이 드는게 흠이었다. 그는 "권리금 무서워해서는 장사 못합니다.권리금이 비싼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반드시 그 값을 하게 마련이죠"라고 말한다. 놀부 본사가 운영하는 여러개의 브랜드 중 메뉴를 부대찌개로 정한 것은 치밀한 상권분석 끝에 내린 결론이다. 유동인구와 주변 경쟁 음식점들의 메뉴 등을 감안했다. 개점 두달째를 맞은 그의 음식점은 일단 대성공을 거뒀다.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하루 매출은 2백20만원에서 2백30만원을 오르내렸다. 지난달 총 매출액은 6천7백만원. 총매출을 영업일수로 나눠보니 하루 평균매출이 2백30만원에 달했다. 종업원 11명의 인건비와 관리비 재료비 등 운영비를 제외한 순수입은 1천8백여만원. 9백여만원이 그의 몫으로 떨어졌다. 그는 앞으로 음식점 2∼3개를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몇년후에는 이들 음식점을 캐시카우(현금을 벌어들이는 사업)로 삼아 벤처회사를 하나 차리겠다는 장기계획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02)488-2429 글=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