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C가 미국 시장에 서서히 뿌리를 내릴 무렵 나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했다. 이 또한 세계최초의 헬멧으로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운행 도중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기능은 헬멧에 레시버와 마이크 장치를 한 채터박스(Chatter Box)를 장착하여 서로 교신을 할 수 있고 FM방송도 들을 수 있게 설계했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 프로젝트가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무렵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테스트 결과 빠른 속도로 달려갈 때 잡음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막내동생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앞장서 나섰다. 시험장소는 캐나디안 로키의 서드밸리.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스키장으로 가파른 지세가 무선통신 헬멧 시험장으로 최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테스트에 참가한 막내를 보내놓고 위험한 테스트에 직접 참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 스키장의 침엽수를 들이받고 막내가 사망한 것이다.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만 모든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해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모터쇼가 열렸는데 미국의 6백CC급 모터사이클 선수인 아론 예트가 시합 중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예트는 넘어지면서 몇 바퀴나 구르고 부딪혔는데도 멀쩡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지 불과 2시간 후 2차전에 나가 2위를 차지했다. 기자들이 1위를 제쳐두고 그에게 몰려들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이 헬멧이 내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 헬멧 덕분에 2차전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HJC 헬멧을 치켜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는 미국 전역에 방송, 기사화되었고 이 때부터 HJC는 유명 브랜드의 대열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