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드라이버로 3백야드 이상 티샷을 날려 놓고도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7∼8m거리의 퍼팅이 성공했을 때는 특유의 제스처로 진짜 타이거처럼 포효한다. 그리고 1m짜리 퍼팅을 놓치면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래서 골프 치는 사람들은 '티샷은 쇼(show)고 퍼팅은 돈(dough)'이라는 말을 한다.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고속성장을 해왔다. 그 결과 배추밭에 초고층건물이 들어서고 판자촌에 벤처기업이 들어섰으며 많은 거부들이 탄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간 큰 사람들이 많이 나타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뇌물을 먹어도 억 단위고 술을 마셔도 폭탄주고 장어도 관이나 ㎏ 단위로 먹는다. 우리는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통 큰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진짜 선진사회는 지금 마이크로 시대를 지나 '나노'의 시대로 가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고 작은 것에서 감동을 느끼며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골프를 치다 보면 그 사람의 경영스타일을 알 수 있다. 무조건 장타만 고집하는 사람,위기상황에서는 항상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배짱을 과시하는 사람,친선의 수준을 넘어 도박성 내기를 하려는 사람은 개발도상국형 경영자다.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대박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영자인 것이다. 필자는 화려한 티샷만을 추구하고 어프로치나 퍼팅은 대충대충하는 경영자와는 거래관계를 피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작은 정성으로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질적 차이는 작은 것을 소중히 할 때만 우위에 설 수 있다. 미국 유통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통하는 '샘 윌튼'의 기본 철학은 아주 사소한 것에 정성을 쏟는 것이었다. '고객의 1달러를 소중히 하라'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었고 성공요인이었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은 작지만 탁월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만족을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던킨 도넛은 커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원두는 배달 후 10일 이내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단 하루라도 넘기게 되면 반드시 반납한다. 또 커피를 끓이면 18분 이내에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폐기한다. 이제는 경영도,골프도 '내실경영'이 중요한 시대다. '장타를 포기하는 것은 삶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기흥에 있는 한 골프장 화장실에 붙여 놓은 골프명언인데 이 글을 보고 나서 사고 친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글 한마디에 자기 통제력을 잃는 사람은 개도국형 경영자가 아닐까! <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