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시스템IC) 부문이 연내 6억달러 상당의 가격으로 미국의 씨티그룹 계열사인 씨티벤처에 팔리게 됐다. 이로써 하이닉스는 워버그핀커스와 협상 중인 현대오토넷 지분(23.4%) 매각이 완료되면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구조조정을 마치게 된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6일 "실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마친 씨티벤처가 비메모리사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혔다"며 "별도의 양해각서(MOU)없이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데 상호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씨티벤처가 현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종업원들의 고용승계도 일정기간 보장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가격은 본계약 전에 조율해야 할 사안들이 몇 가지 있지만 6억달러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씨티벤처는 향후 3∼4년에 걸쳐 비메모리 사업부문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한 뒤 국내외 반도체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원매자를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사실상 마무리 비메모리 사업이 씨티벤처에 매각되면 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부를 제외한 모든 자산들을 처분하게 된다. 지난 2001년 이후 이뤄진 하이닉스의 자산 매각규모는 1조4천억원 상당으로 수처리 휴대폰 PC모니터 TFT-LCD 사업 등이 잇따라 떨어져 나갔다. 채권단은 내년부터는 메모리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특별히 나서는 업체가 없지만 반도체 경기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업체 등을 중심으로 원매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첨단 사업에 재투자 하이닉스는 자산 매각대금으로 0.11㎛(미크론)의 미세공정을 확대하고 3백mm 웨이퍼라인을 신설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 3백mm 웨이퍼라인 등에 대한 투자에 1조5천억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 현금과 자산매각 대금 등을 합치면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 칩'으로 불리는 0.11㎛ 공정기술의 경우 기존 주력공정인 0.13㎛을 대체해 내년에 모든 라인에 적용될 예정이며 중국에 기술 수출도 추진할 전망이다. 또 3백mm 웨이퍼는 2백mm에 비해 생산효율이 50% 이상 높아 지난 2년동안 거의 신규투자를 하지 못했던 하이닉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지난 3·4분기 1천3백3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6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4·4분기에도 실적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