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프로골프계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가 성적부진에 시달리며 '반짝 스타'에 그치고 만 예가 유난히 많았다. 우선 메이저대회에서 '깜짝 우승'한 선수들의 예를 보자. 브리티시오픈에서 벤 커티스(26·미국),USPGA챔피언십에서 숀 미킬(34·미국)이 정상에 올랐고 힐러리 런키(24·미국)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승 이후 약속이나 한듯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다시 예전의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커티스는 브리티시오픈을 끝내고 2주만에 출전한 뷰익오픈에서 공동 61위를 기록한 뒤 USPGA챔피언십에서는 커트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그 뒤 5개 대회에 더 나갔으나 2개 대회에서 커트탈락했고 나머지는 공동 30위,16위,66위를 했다. 미킬은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5개 대회에 더 출전했지만 1개 대회에서 커트를 미스했으며 NEC인비테이셔널에서 기록한 공동 23위가 최고성적이었다. 미LPGA투어에서 런키의 경우는 더 심하다. 런키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무려 26라운드에서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우승 뒤 13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6개 대회에서 커트탈락했다.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17위가 최고성적이지만 대회 출전자가 2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위권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1년 고교 재학 도중 최연소로 미PGA투어 카드를 획득하며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골프 신동'으로 주목받던 타이 트라이언(19·미국)은 올해 상금랭킹 1백96위에 그치며 투어카드를 잃었다. 트라이언은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으나 지난주 예선 2차전에서 탈락,내년 시즌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처지다. 데이비드 듀발(32·미국)의 쇠락은 올해 프로골프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듀발은 2001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메이저타이틀을 따낸 뒤 2002년에는 '톱10'에 단 두차례만 들었다. 올해는 총 20개 대회에서 14차례의 커트탈락과 두차례의 경기포기 등 충격적인 성적표를 안고 선수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