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중 4명 이상이 한국의 투자환경을 D학점으로 평가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물론 평가가 좋을 것으론 예상치 않았지만 결과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참담한 심정마저 들게 한다. 게다가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중 절반 이상이 향후 5년내에 주력품목을 해외법인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니 나라의 장래에 대해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외국기업 CEO들중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해 A학점을 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B학점을 준 경우도 15.6%에 불과했다. 5명중 4명이 C학점 이하로 매겼다는 것은 한국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국내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외투자를 실시한 기업중 33.7%는 5년내에 국내공장을 축소할 예정이고 8.1%는 아예 국내공장을 폐쇄할 생각이란다. 특히 5년내에 주력품목을 해외법인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도 54.9%에 이른다. 국내외 기업들은 고질적인 노사갈등을 비롯 경기의 불확실성,불안정한 정치,불투명한 정부정책,반기업 정서 등의 요인을 거론하면서 한국경제의 발전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러다간 산업공동화가 조기 현실화되면서 웬만한 기업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이 땅엔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들로 넘쳐나게 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라 돌아가는 꼴은 더욱 가관이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싸고 극한적 대치만 계속하면서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산적한 경제·민생 현안을 외면해 국민에 대한 기본적 의무마저 나몰라라 하고 있다.정치권의 벼랑끝 대치나, 노동계의 과격투쟁이나 그대로 빼닮은 꼴이니 한숨짓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부안사태,새만금 사업,경부고속철,스크린쿼터,자유무역협정(FTA) 등등 문제를 계속 쌓아만 갈 뿐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는게 없다. 그러니 국가 기강이 설 리 없고 기업투자의욕이 살아날 리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시아 국가들중 한국 소비자들이 내년 전망을 가장 어둡게 보고 있다거나 경제규모가 우리의 수십배에 달하는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8.2%에 달했다는 이야기에 깊은 반성과 경각심을 느껴야 한다. 세계경제 흐름에서 더이상 소외된다면 기업 엑소더스를 막을 수 없고 그리 되면 나라경제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