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연구소의 출연금을 산정하면서 기업회계방식을 적용하려 들자 과학기술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당장 출연금의 대폭 삭감으로 중장기 연구개발사업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그런 기업회계 방식의 적용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단순히 정부출연연구소를 육성해야 한다거나 이공계 기피풍조를 감안해야 한다는 차원의 얘기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하는 연구소를 되레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예산결산위원회가 주장하듯 정부출연금 산정과정에서 '유동자산-유동부채=잉여금'이라는 기업회계방식을 반영,잉여금을 삭감한다고 치자.미래 연구개발을 위한 적립금을 마련해 놓은 연구소나 각종 기술이전 노력으로 수익을 창출한 연구소들은 손해를 보고,부채가 많은 연구소는 예산을 더 받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 계산법대로 하면 대덕연구단지의 5개 출연연구소를 비롯 9개 출연연구소들은 예산이 삭감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92년부터 차세대 및 미래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10여년간 1백억원의 적립금을 마련했다는 우주항공연구원의 경우 58억원이 삭감될 처지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퀄컴으로부터의 기술료 수입 등 가용재원이 잉여금으로 산정되면 79억원이,한국생명과학연구원도 13억원 정도가 각각 삭감된다는 것이다. 출연금 편성기준이 그런 식이면 정부출연연구소로서는 기관 성격에 맞는 연구를 하라는 목적에서 시작된 이른바 기관고유연구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굳이 허리띠를 졸라 매 미래 연구기금을 적립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 이 뿐이 아니다. 국정감사를 할 때면 연구만 하지 말고 기술이전 등 실용화 성과를 내라고 정부출연연구소를 그렇게 질타해 놓고서 정작 그 동기를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해당 연구소들이 하나같이 IT BT 등 차세대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기관들이란 점에서 이는 대단히 우려할 만하다. 우리는 정부출연연구소 개혁의 출발점은 예산을 그 성과에 연동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초연구를 해야 하는 연구소라면 그 성격상 별도의 예산상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응용연구나 실용화에 가까운 연구를 하는 곳이라면 보다 성과를 많이 내는 곳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정부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