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이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학벌에 얽혀 '주먹구구식'으로 위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학원강의 경력의 초빙교수가 출제위원에 선정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으나 '추천심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위촉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대 출신이 출제위원 10명중 6명에 달하고 출제위원 가운데 1명은 지금까지 치러진 수능 10번중 8번에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수능 관리 전반에 총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올 수능파문과 관련, 27일 이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고건 국무총리는 이날 수능출제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종승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에 대해 해임을 요청했다. ◆ 허술한 출제위원 선정 =출제위원 선정시 검증을 맡은 추천심사위원회는 대상자가 제출한 서류만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강의 경력 등을 조사하는 절차는 아예 없었다. 특히 올 수능 언어영역 출제위원에 포함돼 파문이 일었던 인터넷 입시사이트 논술강의 경력이 있는 모 대학 초빙교수 박모씨(42)는 수능관리본부장 등이 자격요건 심사가 필요한 '초빙교수'임을 알았으나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추천심사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위촉됐다. 박씨를 추천한 기획위원은 박씨의 대학 동문으로 조사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또 출제위원중 58%(1백56명중 90명)가 서울대 출신이고 이 가운데 65명(42%)이 이 대학 사범대 출신이었으며 특히 외국어와 제2외국어 영역을 제외하면 서울대 출신의 비중은 7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 참여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올 출제위원중 1명은 8회째 참여했으며 4회 이상 참여한 출제위원이 14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출제위원이 사전에 노출되고 특정인이 출제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출제위원에 포함된 교사 출신 위원 33명중 23명이 입시 참고서를 펴낸 경력자로 드러났다. ◆ 오답시비 및 유사지문 논란 =수능 직후 오답시비가 일자 평가원은 비공식적으로 소속 연구원과 소수의 전문가에 의한 해명만 내놓다 논란이 확대되고 나서야 관련분야 학회에 조회하는 등 초기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다만 "언어 영역 17번 문제 외에 다른 영역에서 제기된 논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사지문 출제에 대해선 "의도성을 가지고 출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으나 지문 제시나 문항개발 과정에 별도의 검증장치가 없는 점과 검토기간이 충분치 않은 점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또 초빙교수 박씨가 출제위원이 되면서 인터넷상에 '언어영역에 철학전공 교수가 포함됐고 철학 관련 지문이 출제될 것'이라는 내용이 유포된 것과 관련, 경찰청에서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