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형산업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같은 금형업체라도 규모가 큰 고부가 정밀 금형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저부가 영세 금형업체들은 불황을 견디다 못해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27일 금형조합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금형 수출은 5억4천4백3만달러,수입은 6천93만달러를 기록해 4억8천3백10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한 수치다. 금형조합 관계자는 "금형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7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형조합측은 무역수지흑자도 처음으로 6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호황은 전자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수출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부문에 종사하는 정밀 금형업체들이 제품 공급과 수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금형산업 호황이 전 업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저가형 범용 금형업체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저가 금형제품에 밀려나는 데다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가동률이 급락했다. 여기에다 국내 대기업들마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근근이 유지하던 국내 공급선이 끊겨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금형업체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반월공단의 경우 매월 3∼4개의 금형업체들이 자진 폐업하는 실정이다. 부문별로 보면 비교적 선진형 정밀 금형업체가 많은 프레스금형 분야는 올 들어 지난해 성장률의 50%가 넘는 비약적 성장을 일궈냈다. 플라스틱 금형도 휴대폰 수출 호황으로 18%의 신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저가형 금형업체가 많은 다이캐스팅 분야는 증가율이 7.7%에 그쳤다. 이마저도 자동차 부품 등의 선전에 힘입은 것이다. 김부국 금형조합 전무는 "한국 금형업계는 초정밀 금형이 주를 이루는 일본 금형업계와 저가형 금형산업을 앞세운 중국 사이에 낀 형국"이라며 "앞으로 특화된 고부가가치 부문에 뛰어들지 않은 업체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