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과 관련해 독일에서는 당초 알려진 규모보다 훨씬 적은 병력을 철수하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여러 기지들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27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워싱턴발 기사에서,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이라크에 파병되는 병력은 대부분 주독 미군임을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또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미 내부적으로는 재배치 계획을 마무리했으며, 동맹국들과 본격협상을 마친 뒤 내년 초 최종 결정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SZ는 설명했다. SZ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절반 가까이 감축될 것으로 알려졌던 7만 명의 주독미군 중 80%를 잔류시켜 독일을 가장 중요한 해외 주둔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아시아의 기지들, 특히 한국 내의 기지들은 존립이 위태롭게 됐음이 틀림없다"면서"아시아에선 미군에 대한 적대감이 지배하고 있다고 워싱턴의 관계자들은 말했다"고SZ는 전했다. 반면 독일은 미군에 안전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왔으며, 이라크전을 둘러싼 분쟁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공통과나 병력 이동을 규제하지 않고 미군기지 외곽경비도 서주는 등 독일 정부가 신뢰할 만한 상대로 역할해온 것이 주독 미군 축소규모가 줄어드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SZ는 주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은 특히 현재의 예산 상황에 비춰 동구권 기지 신규 설치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판단해 폴란드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구권에 새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은 포기하기로 했다. 이는 백악관이 대테러전에 초점을 맞춰 부대를 재배치하고 소규모화하며 기동성을 높인다는 대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제임스 존스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이 요청한 독일 주둔군 대폭 감군과 동구 전진 배치안은 거부했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내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회의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그 며칠 뒤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같은 재배치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마크 그로스먼 미국 국무차관은 내달 전반기 베를린을 방문해 독일 주둔 미군 재배치 및 기지 철수 계획을 협의한다고 경제신문 한델스 블라트(HB)는 보도했다. HB에 따르면 아직 주독 미군기지 축소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규모가 크고 군사적 의미가 있는 기지들일수록 잔류시킨다"는 것이 미국 국방부의 원칙이다. 따라서 제1기갑사단을 비롯한 대부분 보병부대들과 라인란트 팔츠주의 람슈타인공군기지와 인근 란트슈툴 야전병원, 북해 연안의 병참본부들이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이델베르크의 제5군단 주둔지와 바이에른주 호헨펠스 교육휸련소, 라인란트 팔츠주의 슈팡달램 공군기지등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