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인 27일 극비리에 이라크를 2시간30분간 전격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1분(이하 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편으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추수감사절 만찬 행사를 갖고 있던 미 제1기갑사단 및 82공수사단 장병 6백여명을 격려했다. 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에 머무르는 동안 미군 장병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으며 아흐마드 찰라비 등 과도통치위 위원들과도 만나 미국의 확고한 안보의지를 전달했다. 그는 "미국은 '자유 이라크'가 들어설 때까지 결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 주둔 미군은 자유 이라크뿐 아니라 미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백악관 수뇌부 주도로 한 달 전부터 극비리에 추진됐다. 신변안전을 위한 '위장전술' 차원에서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미리 연막을 쳤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오후 크로퍼드 목장에서 야구모자를 눌러 쓴 채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연인으로 위장하고 텍사스주 와코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올랐다. 워싱턴에 도착한 그는 보좌진과 일부 기자를 태우고 대기해 있던 다른 전용기로 갈아타고 바그다드로 출발했다. 부시 대통령의 바그다드 공항 착륙은 기내의 모든 불을 끄고 창문도 가린 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들 앞에 등장하는 순간도 극적으로 연출됐다. 폴 브리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식사에 앞서 대통령의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대독할 사람을 소개하겠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이 연단 뒤에서 걸어나오며 손을 흔들었다. 미군들은 뜻밖의 장면에 놀라 환호했고,부시 대통령의 눈에는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어딘가에서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고 미군들을 격려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철저한 보안을 취한 탓에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쌍둥이 딸조차도 수시간 전에야 알 정도였다. 부인 로라 여사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깜짝 이벤트'로 지지도를 높이자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고 워싱턴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인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간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번 방문이 우리의 용감한 군인들이 애초부터 싸우지 않아야 했다는 점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도 "부시 대통령은 내년 추수감사절을 다시 이라크에서 맞지 않기 위해 우리 군인들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성공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도 이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방문,미군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는 데도 차기 대선후보 1순위에 올라 있는 힐러리 의원은 '출마설'을 부인하면서도 대권주자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최근의 현지 상황 등을 논의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