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본사 원정투쟁으로 확산됐던 한국네슬레 노사분규가 마침내 타결됐다. 노조의 파업기간은 1백45일. 단연 '올해의 최장 파업'으로 꼽힌다. 한국네슬레 노사분규는 이삼휘 사장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려나갈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분규는 노조의 경영권 간섭 논란으로 시작됐다. 노조측이 감원이나 전환배치시 '합의'를 요구하자 회사측은 공장 서울사무소 물류창고 등을 직장폐쇄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끝내 스위스 본사가 공장폐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노조는 본사 원정투쟁에 나섰다. 분규는 타결됐지만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다. 매출 손실은 4백억원에 이르고 커피시장 점유율은 10%포인트나 떨어졌다. 미주지역 수출 물량은 터키·중국 공장에 빼앗겼다. 이미지 추락은 돈으로 계산하기도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네슬레는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선 커피 하나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젠 소비자들이 '네슬레' 하면 '세계 최대 식품회사'도 '커피'도 아닌 '노사분규'를 떠올리게 됐다.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도 상처 투성이다. 노조측이 파업기간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무노동무임금'이 관철됐다. 다국적기업 네슬레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 당초 4백50명이었던 노조원이 3백40여명으로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루한 파업을 끝내고 흐트러진 작업장을 추스르고 있는 한국네슬레 노조원들. 작년말 95일 장기파업을 경험한 한국로슈 관계자의 말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회사 생산직 사원들은 '파업꾼'으로 낙인찍혀 다른 회사로 옮기려 해도 받아주질 않습니다.그러다 보니 사원들은 '고용을 보장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생산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윤성민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