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에서 여학생 교복으로 치마만 강요하는 건 남녀차별 소지가 있다며 치마와 바지중 선택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에 권고한다고 한다. 전국 중·고교의 54%에서 여학생에게 치마만 입힌다는 것이다. 국내의 교복은 오랫동안 남학생은 목까지 후크로 잠그는 일본군복 형태의 상의와 바지,여학생은 검정이나 감색 재킷에 흰 칼라를 단 윗도리와 치마(혹은 바지)를 유지하다 82년 교복자유화 조치로 83년 머리와 교복 모두 자율화됐다. 교복자유화는 그러나 학생들의 방종을 부추기고 빈부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에 따라 86년 2학기부터 학교장 재량에 맡기도록 바뀌었고,90년 8월 '교복 착용을 적극 권장하라'는 지시로 되살아났다. 부활 이후 학교에 따라 개량한복을 채택하거나 여학생 춘추복으로 조끼ㆍ치마와 함께 원피스를 선택한 곳도 나왔다. 여학생교복으로 예쁜 라인의 베이지색 면바지에 남색 재킷을 곁들인 곳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고 대다수 학교의 교복은 비슷하다. 게다가 많은 학교가 여전히 한겨울에도 여학생들에게 스커트를 입힌다. 스커트의 경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조심스러운 건 물론 바람에 뒤집혀 올라가고 겨울엔 춥다. 심지어 지하철 등교생의 경우 '엉큼한 아저씨들 때문에 무릎을 꼭 붙이고 앉는 등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교복의 장점은 많다. 청소년 탈선 방지와 위화감 해소,의류비 절감 등.학생들도 뭘 입을까 걱정할 일 없고,다 똑같으니 자존심 상할 일도 없고,소속감 유대감을 갖게 되고,은연중 단정한 태도를 지니게 된다고 얘기한다. 시대가 바뀌면 옷도 바뀐다. 금융기관과 일반기업중엔 근래 여직원 유니폼을 치마 대신 바지,딱딱한 헝겊 조끼와 재킷 대신 니트 조끼와 카디건으로 바꾼 곳도 많다. 교복 역시 기능과 활동성이 최우선이다. 여학생 치마만 문제삼을 게 아니다. 일본에선 여름이면 남학생도 반바지를 입도록 하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다리에 휘감기는 합성섬유 긴바지를 입힐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복선정권은 학교측에 있다고 하는 만큼 무조건 남들과 비슷하게 좇아가기보다 학생들의 건강과 활동성을 고려, 소재와 디자인을 다양화하는 학교가 늘어났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