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미국 유타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컴퓨터의 기능을 직접 체험하면서 경이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컴퓨터 세상이 올 것을 예견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후에는 국산컴퓨터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국산컴퓨터 개발을 주도했던 나는 정부 당국자, 기업인들을 발이 부르틀 정도로 찾아다녔다. "나에게 연구원 1백명만 주십시오. 3년 뒤에는 세계에서 제일 성능이 좋은 마이크로 컴퓨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최첨단분야에서 세계 제일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나를 외면했다. 사서 쓰면 될 것을 뭣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분야에 돈을 들이냐는 것이었다. 어떤 고위 공직자는 심지어 "미친 놈"이라는 말을 뒤에서 하기도 했다. 오기가 생긴 나는 내 손으로 직접 컴퓨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81년 1월 드디어 국내 최초로 개인용 마이크로 컴퓨터를 만들었다. 'SE-8001'로 이름 붙여진 이 컴퓨터는 애플 2기종을 거의 복사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한글 사용이 가능했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품화된 개인용 PC였다. 당시의 PC는 어떤 회사 제품할 것 없이 TV 수상기에 전동타자기가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삼보컴퓨터에서 만든 제품은 케이스 디자인도 산뜻했고 성능이 좋아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다. 회사 성장의 발판이 된 제품이다.